정부가 돌연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도입 4개월 만이다. ‘피해 최소화’로 바뀐 코로나19 대응 기조에 더해 쌓이는 관련 소송, 다가오는 대선 등 정치적 부담까지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28일 회의에서 “1일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11종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춘 방역체계 개편, 형평성 논란, 보건소 인력 부담 등을 이유로 들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는 등 상황 변동이 없는 한 계속 중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일 방역패스를 도입한 이래로 줄곧 그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유행 확산을 막으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려면 방역패스가 필수라는 논리였다. 법원이 잇따른 효력정지 결정으로 제동을 걸었을 때도 정부 입장은 완고했다. 지난 23일 대구지법이 60세 미만에 대한 방역패스 중단 결정을 내리자 이튿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 “현재로선 (방역) 상황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며 즉시항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현장에선 제도적 실익이 줄어든 데 반해 인력·자원 소모는 커졌던 차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 홀로 억제 효과를 유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파의) 장소와 시간도 특정하기 어려운 많은 수의 환자 발생 시엔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보건소 관계자는 “임시 선별검사소 방문자의 80% 정도가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를 위해 오신 분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파를 둘러싼 우려는 작지 않다. 접종 기한이 도래해도 백신을 맞지 않는 이들이 속출하면서 현재 60% 수준인 3차 접종률이 정체되리란 지적도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청장년층의 3차 접종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패스의 정책적 우위를 선전할 때마다 비교 대상으로 거론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미접종자에게만 불편을 끼치는 방역패스 제도가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야기하는 거리두기보다 효율적인 조치라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확산 억제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완전히 넘어가겠다는 의미”라며 “의료체계가 버티지 못할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다. 좀 서두르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잘못된 대국민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모 박장군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