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억원 이상 연금 계좌’ 보유한 가입자 26만명

입력 2022-03-01 04:04
게티이미지뱅크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의 국내 도입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를 도입한 미국이나 호주에서와 같은 ‘연금 백만장자’가 한국에서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 등 이른바 연금 선진국에선 이미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8%를 넘어섰다. 특히 미국의 은퇴연금 제도를 가리키는 ‘401k’는 미국 근로자들의 노후 대비 수단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상태다. 미국은 2006년 연금보호법(PPA)을 만들면서 디폴트 옵션을 활성화했다. 401k라는 명칭은 연금보호법 여러 규정 가운데 퇴직연금 세제 혜택을 담은 401조 k항에서 따온 것이다. 세금 공제 지원뿐 아니라 근로자가 기여한 만큼 기업주 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비슷한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자산운용 등에 따르면 2020년 9월 말 기준 미국에선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원) 이상 연금 계좌를 보유한 가입자는 26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호주는 1992년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다. 디폴트 옵션을 적용한 이른바 ‘마이슈퍼(My Super)’ 제도가 도입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었다. 고용인이 근로자 급여의 9.5%를 의무적으로 적립하도록 하는 퇴직연금을 통해 가입자는 퇴직연금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호주에선 국내외 상장 주식 등의 투자 비중을 절반으로 하고, 현금과 채권 등 안전 자산 비중을 30% 정도로 배분하는 방식 등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된다.

미국과 호주는 공통적으로 퇴직연금 기본 투자상품으로 ‘TDF’(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를 채택하고 있다. 이 상품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점에 자산 가치가 최대한 증가할 수 있도록 투자금을 알아서 굴리는 펀드 상품이다.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영국에선 디폴트 옵션 도입이 다소 늦었다. 영국은 2012년 근로자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정부가 사전에 지정한 디폴트 펀드로 운용할 수 있는 강제가입형퇴직연금제도(NEST)를 도입했다.

다만 퇴직연금 기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퇴직연금 운용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2018년 확정기여연금법을 개정해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본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디폴트 옵션에 편입시키면서 되레 제도 도입 이전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더 늘어났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디폴트 옵션이 도입돼 퇴직연금 투자 시대가 개막한다”며 “연금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수익률 증가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