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확진 판정부터 재택치료자 분류까지 행정 처리가 지연돼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홀로 사는 A씨(27)는 최근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쯤 38.5도가 넘는 고열 증세에 시달렸지만 보건소로부터 재택치료 관련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 A씨가 직접 보건소에 연락해 증상을 호소했지만 보건소에서는 “전산상 확진자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감염 통보는 받았지만 확진자로 등록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19에도 신고했지만 구급대원들은 “의료진이 아니라 약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결국 부산에 사는 자신의 오빠에게 상황을 알렸고, 오빠는 A씨 집 관할인 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로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인근 편의점에서 구매한 해열제를 A씨 집 문 앞에 두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구일지구대 관계자는 28일 “A씨는 재택치료자로 분류되기 전이라 의료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통화 당시 A씨의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해 약을 사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보건 현장에서는 확진자 급증 탓에 기초역학조사를 거쳐 재택치료팀으로 관련 정보가 넘어가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확진자 본인이 ‘자기기입식 조사’를 하더라도 결국 보건소 직원들이 정보를 확인한 뒤 재택치료팀에 넘겨야만 등록이 완료된다. 이 과정에서 ‘행정 시차’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보건소 직원은 “확진자가 워낙 많아 정보를 바로 확인하기 어려워 처리가 며칠씩 밀려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적시에 약을 처방받지 못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 거창에 사는 윤모(43)씨는 지난 19일 남편과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다. 윤씨는 당일 인근 병원에서 비대면 처방을 통해 해열제 치방을 받으려 했지만 병원 측은 “보건소에서 확진자 관련 정보가 넘어오지 않았다”며 진료를 거부했다. 윤씨는 결국 대구에 있는 가족에게 부탁해 해열제를 처방받아 고속버스로 전달받아야 했다.
행정 시차로 격리해제 통보가 지연돼 생업에 지장을 빚는 사례도 있다. 사회복지사 김모(40)씨는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1주일간의 재택치료를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려 했지만 보건소의 격리해제 확인서 발급이 지연됐다. 김씨는 “이틀을 기다린 후에야 격리해제 처리가 되면서 출근 일정도 미뤄졌다”고 말했다.
행정 역량이 한계에 다다르자 정부는 뒤늦게 인력 수혈에 들어갔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7일 “보건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공무원 3000명과 군 인력 1000명을 보건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박민지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