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기 단계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압도적 군사 우위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점령을 조기 완료하겠다는 애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매튜 서섹스 호주국립대 전략국방연구센터 교수는 ABC뉴스 기고에서 “푸틴 대통령이 3가지 오판을 저질렀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빠르고 깔끔하게 이길 수 있다고 여겼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질 것으로 판단했다. 또 서구의 대응이 파편화되고, 선언적일 것으로 여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는 전쟁의 진로,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 및 자신의 정치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연료와 탄약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승리를 예상하면서 충분한 병력 보충 계획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도 이날 새벽 “적시에 연료와 탄약을 보충하지 못한 적군이 작전을 중단했다. 젊은 징집병이 대부분인 점령군은 지쳐서 사기가 저하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군 전력을 과신해 추가 지원 계획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서섹스 교수는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의 탈출 제안을 거부한 발언은 국가 정신의 상징이 됐고,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의 맹렬한 저항이 유럽을 움직였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흔들려 했던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정반대 결과를 낳고 있다. 서방 동맹은 초강력 제재 카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차단 조치 시행을 합의했다. 파트너국인 스웨덴과 핀란드에서조차 나토 가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푸틴 대통령이 불가능한 일, 즉 진정한 유럽의 단합을 이뤄냈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서섹스 교수는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과두 정치인과 재계 지도자들의 실망, 대중의 불만이 결합해 대응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으로 더 큰 인명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고위 당국자는 “초기 계획에 차질을 빚은 러시아가 포위 전술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전술은 추가적인 (민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