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방역패스가 도입 4개월 만에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정부는 오늘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패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등 상황 변동이 없는 한 계속 중단한다는 의미다. 4월 1일 시행될 예정이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중단한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한 방역체계 개편과 연령별·지역별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방역패스 중단은 사실 예견된 일이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중증화율·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코로나19 우세종이 되면서 유행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유행은 특정 장소나 시간·상황과 무관하다. 전국 곳곳에서 방역패스를 둘러싼 소송이 제기되고 일부 방역패스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방역패스를 둘러싼 여러 논란, 지침이 완화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 방역패스 무용론이 한참 전부터 나왔던 만큼 이번 결정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정부의 메시지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그동안 중증·사망 최소화, 미접종자 보호 등을 위해 방역패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열흘 전만 해도 방역패스의 경우 오미크론 유행 정점이 지난 뒤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구지방법원이 60세 미만 방역패스를 중단하도록 결정했을 때도 정부는 적절하지 않다며 즉시 항고 의사를 밝혔다. 불과 나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정부의 방역지침이 이렇게 순식간에 뒤집어져서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방역패스 중단과 함께 거리두기 완화도 시사한 이날 코로나 사망자는 114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여력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말과는 달리 의료 현장에서는 병상이 아닌 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패스 중단은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 유행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방역 규제 해제 수순에 접어든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의심할 만하다. 대선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 650만 자영업자들의 표를 의식한 건 아닌가. 대선이 아니었어도 정부가 대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패스를 중단하고 거리두기 완화를 시사했을까.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그 어떠한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일관된 방역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방역패스… 이래서야 신뢰 얻겠나
입력 2022-03-0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