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시아의 노골적 핵 위협, 우리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입력 2022-03-01 04:0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 TV 연설에서 “전략군에 특별 전투 임무 태세 돌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전략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등 주요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자, 이에 대한 반격 성격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연설에서도 “러시아는 여전히 최강의 핵국가”라고 과시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은 상습적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은 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 제재를 하자, 핵 공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서방을 위협했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추정치는 6255개로 세계 1위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은 거의 없다.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을 현실화하기 위한 협박 수단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무력 행동과 핵 위협은 수십 년간 핵 군축을 노력해온 국제사회의 합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 위협은 전 세계 핵확산 움직임을 가속화할 뿐이다. 당장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도 ‘핵 공유’ 정책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이다. 상습적인 핵 협박꾼 북한을 맞상대해야 하는 우리의 상황도 더욱 어려워졌다. 북한은 현재 40~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오는 2027년쯤 최대 242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북한이 완성된 핵 능력을 과시하며 대한민국에 굴복을 강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참담하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낭만적인 관측을 믿기엔 러시아의 핵 위협은 너무 노골적이고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