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에 기독교 박물관 구축… ‘아바타’ 익숙한 그들 전도한다

입력 2022-03-02 03:05
여의도순복음교회 예제모큐티스쿨 학생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소그룹별로 모임을 하고 있다. 예제모큐티스쿨 제공

요즘 다음세대들은 활자로 정보를 찾기보다는 주로 온라인 유튜브에서 영상을 검색해 정보를 얻는다. 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보다는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내세워야 소통이 편하고 익숙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하나님 말씀을 탐구하고, 신앙관을 제대로 정립하려는 다음세대들의 열정은 꺼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속 다음세대들은 현실의 제약에 맞서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서, 그리고 화상으로 진행되는 소모임으로 저마다 신앙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CCC 순장들이 지난달 20일 온라인 줌으로 열린 수련회에서 ‘트렌드 2022 전도전략’ 강의를 들으며 토의하고 있다. CCC 제공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 박성민 목사)는 최근 수련회를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수련회 기간 CCC 청년들은 온라인 가상공간인 ‘게더타운’에 접속해 자신을 대신할 아바타를 만들었다. 이들은 아바타로 게더타운 내 CCC가 만든 수련회 공간을 돌아다니며 또래들과 만났다. 각자의 소명을 나누고 소통했다. 유튜브 선교 관련 콘텐츠 링크를 클릭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화상으로 진행된 현지 선교사들의 강연도 들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 평상시 소모임은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된다. CCC는 전국 각 지구·대학별로 구성된 공동체인 ‘순(筍)’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순장이라 불리는 청년 리더가 온·오프라인에서 모임을 이끌며 각자 맡은 또래 청년들과 함께 성경 공부부터 대학 생활 전반적인 부분을 함께하며 교제한다.

CCC 한성대의 경우 온·오프라인으로 ‘A학점 세미나’를 열며 신입생들과 소통했다. 대학 생활을 막막해하는 신입생을 위해 대학 생활 전반에 걸친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서울지구 CCC 김양연 간사는 “코로나로 대면 활동은 축소됐지만 온라인으로 계속 순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일대일로 심방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CCC한성대 청년들이 온라인 줌에서 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즐기면서 A학점 세미나’를 진행하는 모습. CCC 제공

CCC는 내부 디지털전략팀(VLM)을 필두로 각 지구·대학별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해 청년들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하거나 찬양 예배도 드린다. 현재는 각종 수련회와 예배, 소모임을 진행하고 청년들이 교제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려고 준비 중이다. 게더타운 같은 기존 플랫폼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오경수 CCC VLM 책임간사는 “기독교 영화를 감상하는 공간이나 성경과 창조 이야기가 담긴 기독교 박물관 등을 온라인 가상 세계 속에 구축해 다음세대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하려 한다”며 “전도 대상으로 삼은 친구를 초청해 함께 콘텐츠를 보며 교제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CCC는 플랫폼 구축이 완료되면 이를 필요로 하는 한국교회와도 공유할 예정이다.

가정예배와 온·오프라인 소모임을 병행해 청소년들의 신앙 성장을 도모하는 곳도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위임목사) 교회학교 내 성경공부 모임인 예제모큐티스쿨(예제모) 학생들은 매주 토·일요일 저녁 온라인 줌(zoom)에서 모인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예닐곱 명씩 모여 한 주간 가정예배를 통해, 그리고 각자 성경공부를 통해 느낀 점을 나눈다.

지난 27일 온라인상에서 진행된 소모임에서는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두고 각자의 생각을 나눴다. 이주영(18)양은 “상대방이 내게 안 좋은 말을 할 때 나도 맞받아친 일이 있는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같이 비난하며 악을 악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기도하며 선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제모는 매주 월요일이면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 소모임도 갖는다. 선교사들의 헌신을 되새기며 각자의 소명을 나눈다. 이명재(17)군은 지난해 처음 신앙을 갖게 됐다. 최근 이곳을 방문한 그는 “선교사님들의 사역을 보고 들으며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이 무얼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나도 하나님께 쓰임 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제모를 이끄는 교사 황의대씨는 “코로나 시대 자녀들의 신앙교육은 가정과 교회가 협력해야 가능하다”며 “교회가 신앙교육을 위한 콘텐츠를 각 가정에 제공해 학부모와 교회가 서로 ‘윈윈’(상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주일 성수만 강조해 평일은 예수님 없이 살다가 주일 하루만 예배에 참여하도록 이끌기보다는 아이들이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삶으로 살아낼 수 있도록 구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심어주는 일이 절실하다”며 “아이들이 말씀에 근거해 하나님과 교제하는 기쁨을 알고,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 김해 행복나눔교회(김현철 목사)는 매 주일 저녁 8시 줌으로 주일학교 신앙훈련 모임을 한다. 퀴즈와 게임, 예배, 반별 모임을 진행한다. 아이들의 흥미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체 채팅방에선 매일 묵상한 성경 말씀과 실천사항, 기도제목을 공유해 소통을 이어간다. 지난해 3월 종려주일에는 온라인으로 이스라엘 비아돌로로사와 골고다를 경험해보는 ‘랜선 성경의 땅 투어’도 열었다. 이스라엘연구소 강현석 목사의 인도로 예수님이 걸은 십자가 고난의 길을 간접 체험하고 관련 말씀 등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최근 책 ‘메타버스 교회학교’를 김현철 목사와 함께 펴낸 조민철 행복나눔교회 교육목사는 “메타버스, 디지털, 미디어의 홍수 가운데 재미와 콘텐츠 질에 관한 아이들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며 “말씀에 몰입하게 하는 잘 짜인 기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가 다음세대를 제대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말씀을 기초로 세상을 변화시킬 인재를 길러내는 ‘진로 코칭’이 중요하다”며 “기독교가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만나는 사건들을 해석하는 열쇠가 된다는 점을 훈련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기독교 신앙이 전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