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러시아에 대해 국제경기 개최와 국가명·국기·국가의 사용을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FIFA는 27일(현지시간) 6개 대륙 연맹 회장과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재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러시아 영토 내에서 국제경기를 열 수 없게 했다. 러시아의 홈 경기는 중립 지역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르게 했고 러시아 국가명과 국가, 국기 사용도 할 수 없도록 했다.
FIF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며 “폭력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 전쟁에 피해받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지지한다”고 했다.
폴란드 등 카타르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플레이오프(PO)에서 러시아와 맞붙는 팀들은 제재 수위가 너무 낮다고 반발했다. FIFA의 제재를 따르더라도 러시아 선수들은 국가명 대신 러시아축구협회(RFU) 이름으로 뛸 수 있다.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소속으로 나서는 것과 유사하다.
체자리 쿨레샤 폴란드축구협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폴란드 대표팀은 팀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러시아와는 경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잉글랜드·스웨덴·체코 축구협회도 러시아와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칼 에릭 닐손 스웨덴축구협회장은 “FIFA의 이번 결정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FIFA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해서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오늘 우리도 다른 의견은 없다”고 했다.
유럽 국가들은 카타르월드컵에서 러시아를 퇴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폴란드축구협회는 성명을 통해 “FIFA의 인권 정책이 서류상의 단어 그 이상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카타르월드컵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축구협회도 앞서 “러시아를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FIFA는 “추가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기타 스포츠 조직과 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FIFA는 1992년 유고슬라비아가 발칸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켰을 때 UN 제재에 따라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국제 대회 출전을 금지한 적이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러시아 국제경기 개최 금지… FIFA 제재에 “솜방망이”
입력 2022-03-01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