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대 고궁은 거대 탄소 저장고

입력 2022-03-01 04:06

서울의 궁궐들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이 승용차로 서울과 부산을 5000번 왕복할 때 발생하는 양과 맞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상공 약 700㎞에서 관측된 서울 지역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4대 궁궐과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 빨아들이는 탄소 흡수량이 1년에 150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탄소 흡수량 계산식에 수목의 종류와 양, 부피 등을 넣어 결과를 산출했다.

창경궁(사진)과 창덕궁에서는 1년에 103.2t의 탄소가 흡수됐다. 또 종묘는 26.88t, 경복궁은 15.66t, 덕수궁은 3.98t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왔다. 150t의 탄소량은 가솔린 약 20만ℓ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서울과 부산을 승용차(연비 16.25㎞/ℓ 기준)로 5000회 왕복할 때 내뿜는 탄소량에 달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문화재 내부와 문화재를 둘러싼 인근에서 자라는 수백년 된 고목과 풀, 이를 떠받치는 토양, 숲 등 식물의 영향으로 탄소가 흡수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또 목재로 만들어진 건축물 자체가 많은 양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화재를 훼손하거나 소각 등을 할 경우 상당량의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재청은 연구팀에 탄소 흡수원으로 삼을 만한 문화재 종류에 대해 자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28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심 속 문화재들이 상당한 양의 탄소를 흡수하거나 가둬 놓고 있다”며 “문화재가 단순히 역사적 의미, 미관상 기능을 넘어서 탄소 중립 실현에도 기능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