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열리는 ‘퇴직연금 투자시대’… 금융시장 신뢰 회복이 과제

입력 2022-03-01 04:04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퇴직연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연금을 쌓아놓고 방치하는 대신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려 노후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퇴직연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 따르면 오는 7월 12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퇴직연금 시장에 ‘디폴트 옵션’이 도입된다. 디폴트 옵션은 말 그대로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방식을 기본적으로 설정해놓고 금융회사가 그에 맞게 연금을 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근로자가 퇴직연금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에 투자했더라도 직접적인 운용 지시가 없는 이상 금융회사가 해당 자금을 별도 수익상품에 투자할 수 없었다. 국내 근로자들 사이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원금만은 잃어선 안 된다”는 심리가 강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가입 비중은 89.2%에 달한다. 운용을 위한 대기성 자금 4%를 합치면 이 비율은 93.2%까지 치솟는다. 개인연금의 경우에도 우체국, 새마을금고, 보험, 신탁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가입 비중이 91.4%를 기록했다.

디폴트 옵션은 이같이 방치되는 현금성 자금으로 수익을 창출해 근로자의 노후대비를 보다 원활하게 해주기 위한 제도다. 근로자가 연금에 가입하며 투자운용방식을 사전에 설정해놓으면 금융회사가 이를 자동으로 적용해준다. 퇴직연금 운용 지시 없이 4주가 지나면 가입자에게 디폴트 옵션이 작동한다는 통지가 발송되고, 이 시점으로부터 2주가 더 지나면 디폴트 옵션이 가동된다.


디폴트 옵션의 선택지 가운데 최근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는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펀드다. 황영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리서치본부장은 “TDF는 한번 설정하면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실행해 위험률과 손익을 적절하게 조절해주기 때문에 수십년 단위 운용을 해야 하는 연금 펀드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디폴트 옵션 등을 활용한 은퇴자금 증식에 가장 적극적인 세대는 MZ세대(2030세대)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7.9%에 달한다.

다만 퇴직연금을 운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고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 만큼 끊임없는 관심은 필수다. 박지혜 연구원은 “자신의 퇴직연금 자산 규모나 배분 현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평균 56% 좋은 수익률을 냈다”고 분석했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사태 등 잦은 사건·사고로 신뢰를 잃은 금융시장이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되찾아주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다. 퇴직연금은 특성상 수십년 단위로 운용하는 등 투자 기간이 매우 길 수밖에 없는 만큼 금융회사들의 자정 작용이나 내부통제 강화도 뒷받침돼야 퇴직연금 투자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