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韓·인니 협력, 아세안시장 재편 계기로

입력 2022-03-01 04:05

한국 최초의 해외 투자 대상국(1969년), 첫 번째 해외 유전 공동개발국(1981년), 제1호 플랜트 수출국(1973년). 과연 어느 나라일까. 50대 이상 가운데 마두라유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분이 있을까.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나라 인도네시아 얘기다. 면적이 세계에서 15번째로 크고 섬의 개수도 1만6000개가 넘는다. 하루에 섬 하나씩만 방문해도 43년 이상 걸린다. 인구는 세계 4위 규모인 2억7000만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하면 ‘지하자원’이란 단어도 떠오른다.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니켈 매장량이 세계 1위다. 이외 보크사이트, 구리, 코발트, 유연탄 등도 풍부하다. 지난해 말 요소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즉각 수출 쿼터량을 늘려 한국을 도와준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1973년 한국과 수교한 인도네시아는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이후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한국과 폭넓은 경제 협력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액은 이전 대비 약 40% 증가했는데 특히 대기업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인니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된다면 양국 간 경제 교류는 더 크고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원석 수출 대신 제련·정련을 통해 소재를 생산하고 이를 부품과 완제품으로 연결시켜 후방산업을 키우는 ‘메이킹 인도네시아(Making Indonesia) 4.0’이 추진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업스트림과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다운스트림 간 협력은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의 협력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대표 분야가 공급망 협력이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자원을 기반으로 이차전지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원한다. 한국은 일본이 선점한 동남아 자동차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출하려 한다. 정답은 분명하다. 바로 전기차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고 배터리를 현지 니켈 광산과 연계하는 것이다. 아세안 지역 최초 현대차 완성차 공장이자 인도네시아 최초 전기차 공장이 자카르타 인근에 입지하게 된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지난해 착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광산을 기반으로 이차전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부 차원의 협력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 22일 한·인니 경제협력위원회 수석대표 자격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주요 장관 8명과 면담을 진행했다. 공급망 협력,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광물, 가스전 개발,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등 양국의 현재와 미래 협력을 솔직하고 깊이 있게 논의했다. 특히 정부 간 핵심 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제2의 요소수 사태, 석탄 공급 차질 등 리스크 요인에 대응하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원자재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협력’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개발, 수소, CCS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는데 이들 모두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달 현대차 완성차 공장 준공식이 예정돼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입지·세제 부문의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의전차량으로 ‘제네시스 G80’과 ‘아이오닉 5’를 채택했다. 이는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여정 속에서 한국을 신뢰하는 동반자로 인식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한국에는 그간 일본이 독점해 오던 아세안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재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