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으로 러시아의 침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 당일 불과 9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북부까지 진입했지만 사흘째가 되도록 도시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 병력이 증강하고 있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진입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황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인접국가인 벨라루스 국경지역에서 평화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져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6일(현지시간) 비공개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러시아 예상보다 강력하다. 러시아는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매우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혔고, 이에 따라 (진격이) 주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공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지속 운용 가능하며, 계속 교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러시아군이 (아직) 도시를 장악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군에 자원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도 계속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방위군 모집 센터에는 키예프에서 가장 긴 줄이 서 있었다”며 “수백명의 지원자가 탄약 상자를 민간차량에 싣고 각자 위치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시민이 맨몸으로 러시아 군용차량을 저지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새벽 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자신이 키예프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항전을 다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은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이 일제히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 측과 조건 없이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실 보좌관도 “27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벨라루스 고멜 지역에서의 회담을 확인받았다”고 언급했다.
협상 합의에도 우크라이나 내에선 여전히 군사적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군이 진입해 시가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레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주지사는 “러시아군의 군용차량이 도심까지 들어왔다”고 밝혔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대공 시스템, 방탄복 등 3억5000만 달러(42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 지원키로 했으며, 독일은 대전차 무기 1000정과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군사 장비와 연료 등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AP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국방장관과 군 총참모장에게 핵 억지를 담당하는 부대가 ‘특수 전투임무 조치’에 돌입할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