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측은 27일 그동안의 단일화 협상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꺼냈다. 양측은 물밑협상 과정과 관련해 네 가지 진실공방을 벌였다.
가장 의견이 엇갈리는 대목은 안 후보가 먼저 제안했던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협상 과정에서 논의했는지 여부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전권 대리인들 사이에 단일화 협의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전남 여수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없었다고 하는 것은 협상 상대자로서 도의가 아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윤 후보가 24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회동을 요청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두고도 두 후보 간에 입장차가 선명하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두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정중하게 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도 “여러 차례 문자로 제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는 국민의힘 측에서 악의적으로 문자·전화 폭탄을 유도해 윤 후보의 문자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날도 “계속 전화가 오고, 문자가 3만개가 넘게 왔는데 제가 이 전화로 어떤 통화나 시도를 할 수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세 번째는 물밑협상에서 얼마나 의견 합의가 진전됐는지 여부다. 윤 후보 측 전권 대리인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 회동 2시간이면 최종 합의문을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양측이 상당한 정도로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함께 운영하고 공동정부를 꾸리는 방안 등 상당히 구체적인 단일화 합의안까지 도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윤 후보 측이 어떤 말을 할지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나가서 듣고 논의한 뒤 결론을 내자는 수준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장 의원과 협상을 했던 이 본부장은 입장문을 통해 “상호 신뢰를 담보하기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협상 실무진의 지위도 공방 대상이다. 윤 후보는 “전권을 부여받은 양쪽의 대리인들이 만나 진지한 단일화 협상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그런 개념은 저희에게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 본부장 역시 “안 후보의 인지 하에 협상 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