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야권 단일화

입력 2022-02-28 04:0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양측이) 최종 합의를 이뤘지만 안타깝게도 아침 9시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현재로선 3·9 대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안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간 4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윤 후보는 대선 투표용지 인쇄(28일) 전날이었던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물밑에서 진행됐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결렬을 통보한 이유에 대해선 “그 이유는 저희도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또 “협의 과정에서 (안 후보가 요구했던) 여론조사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통합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닌 상태다.

그러나 윤 후보가 협상 전말을 공개적으로 알리면서 양측의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전남 여수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계속 주장했던 것은 (여론조사) 국민 경선에 대한 것”이라며 “오늘 아침에 (윤 후보 측이) 전해온 내용을 듣고 (기존 주장과) 별반 차이가 없기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단일화는 윤 후보 기자회견 이후로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결렬을 선언했다고 사실상 비난했다”며 “이제는 안 후보가 단일화를 받을 수 있는 명분도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 후보가 대선 이후를 보고 ‘마이 웨이’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다당제 정치개혁안’이 현실화될 경우 ‘제3세력’인 안 후보의 정치적 영향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동성 구승은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