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되팔기) 시장’에서 수백만원 웃돈이 붙던 명품의 가격이 정가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오픈런’ 현상이 계속되면서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가 추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리셀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샤넬 대표제품인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사진)’은 11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초 14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한 달 새 3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리셀가가 매장 가격(1124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다른 인기 제품의 프리미엄도 같은 기간에 100만원가량 빠졌다. ‘트렌디 CC 미니백’의 리셀가는 460만원에서 354만원으로, ‘스몰체인 코스메틱 케이스’는 440만원에서 359만원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2년여간 반복된 오픈런 현상이 명품 가치를 추락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명품업체들은 가격을 기습 인상하고 물량을 제한하면서 오픈런을 유도해왔다. 그러자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리셀업자들이 몰렸다. 전날 밤부터 매장 앞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는 ‘노숙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을 벌이는 ‘좀비런’까지 등장했다. 실구매자 대신 줄을 서는 아르바이트도 생겼다.
큰 돈을 쓰면서도 오픈런에 불친절한 서비스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도 고객들 피로감을 키운다. 퇴사를 기념해 샤넬백을 사려고 했던 이지은(28·가명)씨는 10번의 오픈런을 시도했지만, 매장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이제 거리에서 샤넬 백을 보면 ‘저 사람도 돗자리 깔고 기다렸겠구나’라는 생각부터 든다”며 “샤넬이 가격만 주야장천 올려 줄을 세우니 기존 고객은 다 떨어져 나가고 있다. 굳이 리셀업자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