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국내 휘발유 가격도 6주 연속 치솟았다. 서울·제주 등 지역에서는 이미 ℓ당 2000원을 넘어선 주유소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유가 급등은 석유류 가격을 필두로 물가 오름세를 부채질 해 조만간 물가 상승률이 4%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ℓ당 평균 판매 가격은 1739.8원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21.4원 오른 수준으로 6주째 상승세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4.3원 상승한 1564.5원이었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는 2591원까지 올랐다.
국내 유가 오름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넷째 주 평균 95.0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배럴당 73.2달러)과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29.8% 뛰었다. 국내 휘발유 가격과 연동되는 싱가포르 거래소의 국제 휘발유(92RON) 평균 가격도 110.6달러로 이미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은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유가 급등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생산자물가와 공업제품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6%) 가운데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의 기여도는 1.44%포인트에 달했다.
이 때문에 올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4%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4개월 연속 3%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을 필두로 한 물가 상승 충격은 저소득층에게 더 치명적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가 지출한 연료비(광열 연료비·운송기구 연료비 합계)는 월평균 8만770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49원(10.1%) 증가했다. 1분위의 가계 소득 대비 연료비 지출 비중은 8.3%로 전체 가구 평균(3.9%)의 두 배를 웃돌았다. 똑같이 연료비가 늘더라도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큰 1분위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4월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다음 달 중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체감 효과가 낮아지자 유류세 인하 연장과 더불어 인하율(20%)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인하율이 이미 역대 최대인 점과 세수 등을 고려해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