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27일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고인을 추억하고 우리 지성계와 문화계에 남긴 공로를 기리는 추모 분위기가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저녁 빈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선생님 책을 많이 보았고 감화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신데 황망하게 가셔서 안타깝다”고 유족을 위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도 빈소를 찾았다. 황 장관은 “고인의 뜻을 잘 기리고 추모의 마음을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모시기로 했다”며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 이후에도 문체부는 국민과 함께 이 전 장관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추모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평소 존경하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어령 교수님은 한국 문화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거인이셨다”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원로 문학인과 예술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시인인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소설가 김홍신 박범신 유현종, 시인 오탁번, 문학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박범신 작가는 “개발 이데올로기가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인문학적 마인드로 세계를 폭넓게 봐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소중한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곽효환 번역원장은 “청년 시절부터 걸어온 길을 보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적 모험을 감행한 분”이라고 말했다.
장례식 이후 추모 사업도 주목된다. 이 전 장관과 부인이 2001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영인문학관에는 이어령기념관이 설치될 예정이다. 출판사 열림원은 총 20권의 ‘이어령 대화록’ 시리즈를 출간할 계획이다. 최근 이 시리즈의 1권인 ‘메멘토 모리’가 나왔고, 2권도 편집이 마무리된 상태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연말 인터뷰에서 “내가 계약해두고 아직 출간 못 한 책이 40권에 달한다. 대화집이 20권, 강연집이 20권”이라고 밝혔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이 전 장관의 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도 다음 달 출간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