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후보들, 우크라 사태를 정쟁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입력 2022-02-28 04:03 수정 2022-02-28 04:0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한·미 동맹은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일본의 재무장이 지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북한의 도발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등이다. 다시 절감한 국제 관계의 냉혹함에 질문이 꼬리를 잇는다. 9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를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지금 여야 후보들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하론’과 ‘일본군 진입론’으로 싸우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마저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앞날이 답답해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5일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 돼서 나토 가입을 공언해 충돌하게 됐다”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정치 경력이 짧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하기 위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발언은 러시아의 침공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때문이라는 인상을 줬다. 이 후보는 다음 날 “제 표현력이 부족했다”며 사과해야 했다.

윤 후보의 한·미·일 동맹 관련 발언도 논란이 됐다. 윤 후보는 ‘한·미·일 동맹은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일본군이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동맹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발언이 ‘일본군 진입을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고, 국민의힘은 “발언을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전문을 보면 윤 후보가 일본군 진입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군의 한반도 진입 문제는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한 사안이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 자체가 사안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이 후보는 평화를, 윤 후보는 억지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상대방을 향해 ‘전쟁하자는 거냐’ ‘굴종적인 자세’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평화와 억지력은 동전의 양면이다. 서로 다른 말이 아니다. 대선 후보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선거를 의식하다 보니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아 공격하는 것일 뿐이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후보들은 분열과 갈등 대신 통합과 미래를 말해야 한다. 그게 선거에서 이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