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우크라이나 교훈과 한국 안보

입력 2022-02-28 04:0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 한국의 안보를 점검한다. 물론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미국과 굳건한 동맹이고 북한 및 중국과도 호혜적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상황은 크게 다르다. 단지 우크라이나의 실패를 교훈 삼아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하는 우리 국가안보를 확고히 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냉혹한 권력정치가 주도하는 국제사회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가 부패한 데다 전략적 사고 없이 지나치게 외세에 의존하는 경솔한 안보·외교 정책을 펴면 패망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우크라이나는 국제안보 보장을 받았더라도 핵을 포기했으므로 가상적 러시아에 맞설 수 있는 자주국방력을 갖췄어야 했다. 그러나 이를 소홀히 하고 의존할 외세 찾기에 열중했다. 우리는 한국군이 재래식 군사력으로 세계 6위인데 전시작전통제권을 계속 미군에 맡겨야 하는지가 우려된다. 우리가 미국의 핵 억지력 보장은 확보하면서 우리 군의 작전, 교리, 지휘 능력을 조속히 배양해 북한의 남침과 도발을 억지할 수 있는 자주국방력을 갖춰 병렬형 지휘체제로 전작권을 전환하고 주한미군과 효율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안보 태세가 희박해 미국과 나토가 직접 파병하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확고한 지휘 태세가 돼야 미국도 우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둘째, 우크라이나에 부정부패가 심해 국민의 정부 지지가 약하다. 막강했던 중국 장제스의 국민당이 열세였던 마오쩌둥의 공산당에 패했고, 남베트남이 북베트남에 패망한 것도 유사한 원인이 있었다.

셋째, 동부 친러 세력과 서부 친서방 세력으로 국론이 분열돼 정권마다 친러와 친서방을 오갔다. 외교전략 급변 시 강대국도 큰 비용을 치르는데, 국방력도 약한 우크라이나가 심각하게 안보 구도를 변경하는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정작 나토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는데도 성급히 이를 추진했기에 미국은 나토 장악력 회복에 주력해 우크라이나 안보는 방기했고 러시아는 쉽게 우크라이나를 전략적 제물로 삼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미국이 방관했듯이 우리가 섣불리 반중 노선을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한반도 평화 회복의 동력 마련을 위한 종전선언 추진에 범국민적 지지가 기대된다.

넷째, 21세기 국제안보 원칙은 가상적보다 절대적 우위를 추구하는 일방안보가 아니라 상대의 안보 우려도 고려해주는 상호안보, 공동안보, 협력안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이웃 강대국 러시아가 심각한 안보 위협이어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한 레드선인 나토 가입을 밀어붙이다 변을 당했다. 우리는 한국 안보에 별로 유용하지 않은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에 보복받은 경험을 반추해야 한다. 현재 중국이 한·중 관계 강화를 바라고 있는데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또 우리가 북한 공격이 임박하고 명확할 경우 선제공격할 수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미국의 확장 억지력을 확보하고, 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보다 보복 억지력을 중심으로 자주국방력을 강화하면서 상호안보 원칙에 입각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전략적 균형과 평화를 확보해 가는 것이 현명하다.

끝으로 미국의 세계 전략이 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와중에 이제 러시아 견제가 시급해져 미국의 관심은 분산될 것이다. 이는 북한에는 도발의 기회를, 중국에도 대만 문제를 보다 강경하게 펼칠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자칫 한국이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북한의 도발과 침략 억지가 존재 이유인 주한미군의 역할과 활동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해두는 것이 요망된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