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4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던 한인자유대회가 103년 만에 다큐멘터리 음악극으로 재현된다. 기도단체인 홀리웨이브선교회와 이혜경 전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교수가 손잡고 다음 달 5~6일 서울 성동구 성수아트홀에서 ‘1919 필라델피아’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26일 서울 성북구 지하 연습실에선 12명의 배우가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3막으로 구성된 음악극은 서재필 선생의 둘째 딸 뮤리엘과 당시 대회 진행을 도운 유대인 기자 베네딕트가 제삼자 시각에서 한인자유대회의 의미를 부각한다는 연극적 설정으로 되어 있다.
55세의 서재필 박사 역을 맡은 배우 서광재씨는 대본을 들고 “우리에게는 두 가지 소명이 있다. 첫째는 동양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둘째는 민주주의를 전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44세의 이승만 박사 역을 맡은 배우 김영훈씨도 “우리의 목적은 아시아의 민주주의이며, 우리의 희망은 보편적 기독교 정신”이라며 장엄한 목소리로 ‘미국인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낭독했다.
한인자유대회는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미국 독립선언과 헌법의 발상지인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운동가와 유학생, 교민, 미국인 목회자, 선교사, 교수 등 150여명이 모여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이 기독교와 자유민주주의에 있다고 못 박았던 대회다. 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대한독립연맹(Korean independence league) 깃발을 들고 필라델피아 거리를 행진했다.
참석자들은 서재필 박사를 만장일치로 의장에 선출했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승인 요청서를 작성했다. 대회를 계기로 한국친우회가 결성됐고 이는 훗날 한미우호협회로 발전한다. 대회에서 천명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이념은 48년 대한민국 헌법 제정의 기초가 된다.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공연이었던 ‘길 위의 나라’ 제작 총괄과 대본을 맡았던 이 교수가 대본을 쓰면서 시작됐다. 이 교수는 “대회 회의록에도 나와 있듯 대한민국의 기초는 기독교와 자유민주주의”라면서 “MZ세대에게 기독교적 세계관과 역사를 흥미롭게 제시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은 건국과 독립의 스토리를 자랑스러운 민족적 서사로 만들어냈다”면서 “반면 한국은 과거의 역사를 갖고 편가르기 하기에 바쁘다. 교회가 역사적 상상력을 갖고 민주주의와 선교 국가의 비전을 민족의 대서사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극 중에서 한인을 도운 랍비인 헨리 버코비츠로 출연하는 채규영 분당차병원 교수는 “기도로 시작된 이 땅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화합과 통일의 비전, 제사장 국가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공회 목사인 톰킨스 박사 역할을 맡은 박영재 수원 존스빌이비인후과 원장도 “‘1919 필라델피아’가 다음세대에 바른 역사와 신앙관을 전수할 산교육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