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키예프 진격… 공항 장악·공수부대 투입

입력 2022-02-26 04:08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5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 시내 다리 위에서 러시아 지상군의 진격에 대비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날 오전 키예프 북부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전면전 개시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가 함락 위기에 놓였다.

AFP통신은 25일(현지시간) 키예프 북부 오볼론스키 지역에서 소총이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음이 들렸다며 교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요충지인 키예프 인근 고스토멜 공항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앞서 오전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미사일을 상공에서 격추하는 과정에서 도시 내 최소 6번의 폭발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군이 오늘 밤 수도 키예프 함락을 위한 총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 말리야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도 러시아군이 키예프에서 약 10㎞ 떨어진 오블론 지역에서 수도로 진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 도시 리비우로 향하는 키예프의 주요 4차선 도로는 피란민 행렬이 수십㎞까지 늘어졌으며, 갈 곳이 없는 국민들은 지하 대피소에서 공포에 몸을 떨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137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사망하고, 316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국민들에게 화염병을 만들어 적을 무력화할 것을 촉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총동원령을 승인하며 결사 항쟁에 돌입했지만 키예프가 조만간 함락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중립국 지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관련 논의를 포함해 러시아와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격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고위급 협상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중앙TV(CCTV)가 보도했다. 다만 이는 러시아가 “무기를 내려놓아야 협상을 하겠다”며 사실상 항복을 요구한 후 나온 입장이다.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추가 제재안을 들고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러시아의 4개 주요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포괄적인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EU도 푸틴의 유럽 자산을 동결키로 결정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