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장로 11명 중 8명이 여성… “봉사 많이 한 분들이 지도력 발휘”

입력 2022-02-28 03:05
박요셉 경기도 시흥 좋은교회 목사가 지난 24일 교회에서 셀 목회를 통해 여성 장로를 선임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 좋은교회(박요셉 목사)에는 다른 교회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문화가 있다. 바로 시무장로 11명 중 무려 8명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 당회원이 70%를 웃도는 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교회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적지 않은 교회에는 아직도 남성 장로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교회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교회 사역과 봉사에 많이 참여한다. 지도력은 남성이, 사역과 봉사는 주로 여성이 하는 보통의 교회 문화와는 다르게 여성 중심의 당회를 구성한 이유는 뭘까.

지난 24일 교회에서 만난 박요셉(58) 목사는 “봉사 많이 하는 분들이 장로가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을 뿐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여성 장로가 배출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교회는 전도를 많이 한 교인이 장로 후보가 되도록 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가장 상식적인 장로 후보 선임 방법이지만 우리나라 교회 중 이런 제도를 도입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 교회는 1997년 서울 북아현교회가 시화에 ‘시화염광교회’라는 이름으로 개척했다. 지금의 자리로는 2017년 교회 건축을 하면서 이주했다. 이 교회 개척 때 부임해 목회하고 있는 박 목사는 장로회신학대에서 신학 수업을 받았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상담학을 전공했다.

박 목사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장로 후보 공천 제도를 도입한 건 교회를 전도와 생명 살리는 공동체로 만들면서부터다. 그는 “전도 한 명 못 해 본 장로들이 교회 지도자로 활동해서야 한국교회에 미래가 있겠냐”며 “교인을 사역자로 세우겠다는 목회 철학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는 2000년부터 셀 제도를 도입했다. 셀은 기존 교회의 구역과 비슷한 조직으로 전도와 봉사에 방점을 찍으면서 역동성이 강화된 살아있는 조직을 말한다. 교회는 한 개의 셀(교인 6~7명)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교인을 리더로 임명했다. 리더는 직접 셀 구성원을 전도해야 한다. 이런 셀을 3개로 늘리면 ‘OO지역’으로 부르고 이를 이끄는 리더를 ‘지역장’으로 새롭게 임명한다. 지역을 다시 2개로 늘리면 ‘교구장’이 된다. 셀의 크기에 따라 ‘리더-지역장-교구장’으로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다.

교회는 내규를 바꿔 교구장에게 장로 후보로 자동 공천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교구장 대부분이 여성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장로 후보로 다수 공천됐다. 자신의 교구에 보통 40명 가까운 셀 원이 있는 교구장이 장로 후보만 되면 선거를 통해 장로로 선출되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오랫동안 셀을 관리하고 성장시키면서 지도력도 확인돼 별다른 검증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이 내규가 다수의 여성 장로를 배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박 목사는 “여성이 활약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장로 선거에 그대로 투영되도록 한 조치였다”면서 “반면 여성 교인보다 활동이 적은 남성들을 위해서는 리더만 되더라도 장로 후보에 나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서 남성에게 큰 특권을 준 것처럼 보여도 봉사한 경력도 부족하고 아는 사람도 많질 않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장로가 될 수는 없다”며 “남성에게 특혜를 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교회에 활기를 더했다. 교인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셀에서 훈련받고 전도하는 게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여성은 지도력이 약할 것이란 주변 우려도 기우에 불과했다. 박 목사는 “연면적 8595㎡(2600평) 부지에 교회 건축을 할 때도 여성 장로들의 헌신이 대단했다”면서 “오히려 남성 장로들과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며 큰 지도력을 발휘하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 장로가 많으면 무조건 좋다는 건 일반화의 오류”라면서 “다만 셀을 만들고 키우면서 생명을 살려본 경험을 한 이들이 당회원이 되는 건 어떤 교회에도 크게 유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회는 코로나19 중에도 꾸준히 성장했고 헌금도 3억원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박 목사가 교회를 이끈 비결은 소그룹을 살린 데서 나왔다. 그는 “구역을 셀로 전환하기 위해 긴 시간 교인들을 설득하면서 교회론 교육을 했다”면서 “결국 소그룹 중심의 교회가 코로나 중 큰 힘을 발휘했고 성장이라는 결실도 보게 됐다”고 했다. 교회는 교회학교 학생까지 1700여명이 출석하는 중형 규모로 성장했다.

교회는 ‘333 비전’을 선포했다. 3000명 성도와 300명 리더, 30교회를 개척하는 목표를 담았다. 박 목사는 “생명을 살리는 소그룹으로 교회를 키우면 지금처럼 목회가 어려울 때라도 분명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서 “이제 막 목회를 시작하는 후배들도 좌절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

시흥=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