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을 시 추가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 없이 곧바로 재택치료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신속항원검사법은 국내에서 선별 목적으로만 쓰였으나,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양성 예측도가 높아진 만큼 앞으론 PCR처럼 확정검사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은 이미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확진용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권 장관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춰 큰 증상이 없는 일반관리군 (대상자)에선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 동안 선제검사 등 보완적 수단으로만 신속항원검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코로나19 진단검사법의 표준격인 PCR 검사 대비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로 하는 바이러스 양이 많고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문가들도 같은 이유로 신속항원검사 확대에 신중할 것을 줄곧 주문해왔다.
하지만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기조가 달라졌다. 일부 고위험군이나 역학적 연관자 등이 아닌 경우 1차로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을 받아야만 PCR 확정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확진자 폭증에 대비한 검사 여력 확보를 위해서였다.
이날 정부가 밝힌 구상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신속항원검사를 확정검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확진자 급증으로 인력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져 치료마저 지연된다는 문제 인식에 착안했다. 권 장관은 “보건소와 의료 현장의 얘길 들어보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을 때 PCR로 최종 양성 판정을 받는 비율이 90% 이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 구상이 신속항원검사를 PCR과 아예 같은 선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양성 판정자에 대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의학적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지만, 음성 판정자에 대해선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같이 간주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를 PCR처럼 활용한다면) 검사 원리상 위음성(거짓 음성)으로 놓치게 될 확진자의 상당수가 초기 환자일 것”이라며 “특히 (조기 치료가 중요한) 고위험군에 대해선 PCR 검사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를 통해 채취하는 비인두 검체 대신 타액 검체를 이용한 검사를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타액 검체 방식의 신속 PCR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은 경기도 여주시가 자체적으로 운영해온 ‘현장 PCR’의 승인을 요구했다. 방역 당국은 “타액검사 PCR은 지금 식약처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