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기껏 잡았는데 확진자네… 경찰 ‘코로나 이중고’

입력 2022-02-25 00:04

코로나19 대확산으로 확진자가 있는 현장에 출동하거나 감염된 용의자를 조사해야 하는 사례가 느는 등 경찰의 코로나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경찰서 내 집단감염이 속출하면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감염 우려에 경찰의 현장 대응이 소극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9일 오전 1시쯤 서울의 한 경찰서에 20대 연인의 폭행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신고 당시 “둘 다 코로나19 확진자라 재택치료 중인데 원룸에서 술을 마시고 싸웠다”며 “한 명을 외부 격리장소로 데리고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감염 우려로 내부에 진입하지는 않고 전화 통화로 상황을 파악했다.

당시 경찰은 “긴급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확진자라고 하니 부득이하게 ‘구청과 공조가 되지 않는 시간대라서 날이 밝으면 상황을 다시 알려달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진정시킨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확진자 폭증으로 경찰과 보건소·소방서 공조 체제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신고로 의심되는 사건은 경찰이 관할 보건소나 소방 당국에 연락해 공조하는 ‘대응 매뉴얼’을 두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해당 지침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간부는 “확진자가 워낙 많아 모든 신고 현장에서 보건소나 119와 공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확진자가 있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치안센터에 별도 격리된다. 경찰서 내 추가 감염을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격리에 대한 부담으로 우선 현장의 긴급성을 따져 진입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서울 모 지구대 경찰관은 “물리력을 써야 하는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단순 시비나 민원 사건의 경우 최대한 전화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확진자 관련 사건을 담당한 직원들은 별도 격리돼야 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확진된 용의자를 체포할 경우 격리할 공간도 마땅치 않다. 서울의 한 파출소 관계자는 “확진자를 다른 사람들이 있는 유치장으로 데려갈 수도 없고, 구청이나 방역 당국에 문의해도 ‘자리가 없다’며 거부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 경우 발생 보고 처리만 한 다음 용의자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에야 정식 사건화할 수밖에 없다.

현장 출동부터 감염에 조심하고 있지만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 사례가 느는 건 경찰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에서는 확진자 2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집단감염 사태로 100여명 가까운 인원이 격리에 들어가는 등 몸살을 앓았던 서초서는 즉각 수사과 1~10팀 전 직원을 퇴근시키고, 구청 협조를 받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했다. 이날 경찰서 안내담당 직원은 민원인들에게 “확진자 발생으로 오늘은 그냥 돌아가시라”고 안내해야 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3명 정도 나오는 수준에 그치면서 이튿날 업무는 정상화됐다. 서초서 관계자는 “집단감염으로 부서가 폐쇄되는 건 경찰 입장에서 정말 창피한 일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형민 신용일 전성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