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1위 현대건설과 2위 한국도로공사가 이번 시즌 질긴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승가도 등 중요한 시점에서 일격을 주고받으며 다가오는 ‘봄 배구’ 맞대결도 기대하게 한다. 6라운드 첫 경기 포문을 여는 두 팀은 또 한 번 길목에서 만난다.
올 시즌 ‘최강’ 현대건설이 23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0대 3으로 졌다. 이번 시즌 두 번째 패배다. 현대건설은 승점 3점만 추가하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지만, 도로공사에 가로막히며 기쁨의 세리머니를 잠시 미뤄야 했다. 여자부 최다 연승 행진도 15에서 멈춰섰다.
도로공사는 안방에서 잔치를 허락하지 않으며 자존심을 지켰다. 현대건설에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도로공사는 또 한 번 승리를 거머쥐며 시즌 상대 전적을 2승 3패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번 승리 당시에는 3대 2로 이기며 승점 1점을 나눈 것과 달리, 이번에는 셧아웃 승리로 3점을 온전히 챙겼다. 현대건설이 24일까지 치른 29경기 중 유일하게 승점을 챙기지 못한 경기였다.
두 팀은 이미 한 차례씩 서로의 13연승을 저지했다. 12연승 중이던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13번째 경기에서 만난 도로공사에 일격을 당하며 무패행진이 멈췄다. 현대건설의 반격이 이어졌다. 도로공사가 승승장구하며 기존의 구단 최다연승(8연승)을 넘어 12연승까지 내달렸을 때 공교롭게도 다음 상대가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같은 기록에 도전한 도로공사를 홈에서 3대 1로 이기며 설욕에 성공했다.
일격-설욕-재반격을 이어온 양 팀은 다음 달 1일 6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이 경기 역시 현대건설의 조기 1위 확정 여부가 달린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현대건설이 승점 3점을 따내고 도로공사가 승점 없이 질 경우 승점 차가 19점(잔여 경기 6경기)이 돼 1위가 확정되지만, 도로공사의 상대가 리그 최하위인 페퍼저축은행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대건설(승점 79점)과 도로공사(63점)가 각각 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이길 경우, 두 팀의 승점 차는 15~17점이다. 여기에 직후 열리는 맞대결에서 현대건설이 도로공사를 이기면 승점 차는 16~20점이다. 5경기 남은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승점을 아예 얻지 못하고, 도로공사가 15점을 챙겨도 순위가 뒤집히지 않는다.
현대건설이 직전 패배를 설욕하고 홈에서 조기 1위 확정 잔치를 벌일지, 도로공사가 1위 확정을 한 번 더 저지하며 천적임을 증명할지 주목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