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열리면 대중의 시선은 인기 종목과 메달 가능성에 쏠리기 마련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비인기 종목의 한계를 딛고 치열하게 경쟁한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에선 한 발 비켜나 있었지만 4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기에 빛나는 도전이었다.
6번째 올림픽 출전을 위해 은퇴했다 돌아온 ‘철인 엄마’ 이채원의 아름다운 도전이 첫 감동을 선사했다. 이채원은 지난 5일 여자 크로스컨트리 7.5㎞+7.5㎞ 스키애슬론 경기에서 55분52초6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 61위에 올랐다. 40대에 초등학생 딸을 떼어 놓고 한 힘겨운 도전이었지만 “힘들더라도 좋은 경험이고 추억”이라며 최선을 다했다. 동계체전에서만 금메달 78개를 획득한 그는 25일 개막하는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최다 메달 기록을 이어가며 전설로 남을 전망이다.
스키 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결합한 노르딕복합 종목 선구자인 1호 국가대표 박제언도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섰다. 라지힐 10㎞에서 42위, 라지힐 10㎞에서 44위를 기록하며 4년 전보다 순위를 끌어올렸다. 세계 정상과 격차는 여전히 컸지만 자신의 올림픽 기록과 국내 노르딕복합 역사를 새로 썼다.
평창 대회에서 비서구권 최초로 깜짝 동메달을 획득해 화제가 됐던 봅슬레이 대표팀은 코로나19로 해외 훈련과 월드컵 출전이 어려운 와중에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베이징 무대에 섰다. 대표팀 간판 원윤종 조는 브레이크맨 서형우가 부상으로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지만 김진수 정현우 김동현이 출전한 4인승에서 18위, 김진수와 함께한 2인승에서 19위를 기록했다. 석영진(파일럿) 신예찬 김태양 김형근 조도 4인승 25위, 석영진 김형근은 2인승 24위에 올랐다. 신설종목인 모노봅에서는 여자 간판 김유란이 18위를 기록했다.
국내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평창 대회를 앞두고 귀화해 한국 대표로 뛴 선수들도 올림픽 재도전에서 유종의 미를 노렸다. 독일 출신 에일린 프리쉐는 루지 여자 싱글에서 썰매가 뒤집히는 아찔한 위기를 딛고 최종 4차시기 19위로 골인했다.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부상을 딛고 올림픽 무대로 돌아와 거둔 값진 성과였다.
바이애슬론에선 러시아 출신 선수들이 분투했다. 남자 스프린트 10㎞에 출전한 티모페이 랍신은 94명 중 82위로 평창 대회(16위)에 비해선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압바꾸모바 예카테리나 역시 여자 개인 15㎞에서 87명 중 73위, 스프린트 7.5㎞에서 89명 중 49위로 상위권에 주어지는 12.5㎞ 매스스타트 출전권 획득에는 실패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