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4일 “정치 보복을 이야기하고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지역주의 조장하고 전쟁위기 부추기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노무현과 김대중을 이야기하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윤 후보의 ‘호남 끌어안기’ 전략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기도 하다. 윤 후보는 전날 전남 목포에서 “저나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김대중 정신에 더 가깝다”고 말해 민주당의 반발을 불렀다.
이 후보는 이날 강원도 원주 문화의거리 유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을 빨갱이로 몰려 색깔론 피해를 보고도 남북 평화와 협력을 추진했고,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평화의 온기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평화정책을 윤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과 비교하면서 윤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국민이 (윤 후보에게) 속을 만큼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의 ‘사드(THAAD) 추가 배치’ 발언도 거듭 공격했다. 이 후보는 충북 충주 젊음의거리 유세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사드를 충청도에 설치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중국 관련 기업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얼마나 화나냐”고 말했다.
윤 후보를 거침없이 비판하던 이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 부친의 고향인 충주 산척면 유세에서만큼은 부드러운 면모를 보였다. 이 후보는 “아내가 고우면 처가 말뚝에도 절한다는 말이 있다”며 유세를 보러 모인 산척면 주민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주민들은 목도리를 둘러주고, 삶은 청란을 선물하면서 이 후보를 환영했다. 이 후보는 주민들의 요청에 못 이겨 ‘울고 넘는 박달재’를 즉석에서 반주 없이 불렀다.
이 후보는 “호감 가져주시는 우리 처가 동네 여러분을 보니 완전히 쭉 늘어지고 있다. 씨암탉 먹고 안방에 다리 뻗고 누워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또 주민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면서 20분으로 예정됐던 유세가 30분가량 더 길어졌다. 충청 지역과의 친밀감을 높여 윤 후보의 ‘충청 대망론’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유세에서 농촌기본소득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농촌으로 되돌아 왔을 때 한 달에 1인당 30만원만 주면 진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지역화폐와 연계하는 방안도 설명했다. 이 후보는 “현금으로 주면 서울에 있는 아들한테 송금을 한다”며 “아예 이 동네에서만 쓰게 하면 동네(상권이) 팽팽 돌아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충주·원주=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