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무슨 자격으로 김대중 얘기하나”…‘尹 호남공략’ 브레이크

입력 2022-02-25 04: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강원도 원주 중앙로 문화의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4일 “정치 보복을 이야기하고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지역주의 조장하고 전쟁위기 부추기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노무현과 김대중을 이야기하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윤 후보의 ‘호남 끌어안기’ 전략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기도 하다. 윤 후보는 전날 전남 목포에서 “저나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김대중 정신에 더 가깝다”고 말해 민주당의 반발을 불렀다.

이 후보는 이날 강원도 원주 문화의거리 유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을 빨갱이로 몰려 색깔론 피해를 보고도 남북 평화와 협력을 추진했고,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평화의 온기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평화정책을 윤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과 비교하면서 윤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국민이 (윤 후보에게) 속을 만큼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의 ‘사드(THAAD) 추가 배치’ 발언도 거듭 공격했다. 이 후보는 충북 충주 젊음의거리 유세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사드를 충청도에 설치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중국 관련 기업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얼마나 화나냐”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충북 충주시 산척치안센터 앞 유세에서 주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아내가 고우면 처가 말뚝에도 절한다는데, 제 처가 곱고 고마우니 절 한 번 하겠다”면서 유세차에서 내려와 큰절을 했다. 연합뉴스

윤 후보를 거침없이 비판하던 이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 부친의 고향인 충주 산척면 유세에서만큼은 부드러운 면모를 보였다. 이 후보는 “아내가 고우면 처가 말뚝에도 절한다는 말이 있다”며 유세를 보러 모인 산척면 주민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주민들은 목도리를 둘러주고, 삶은 청란을 선물하면서 이 후보를 환영했다. 이 후보는 주민들의 요청에 못 이겨 ‘울고 넘는 박달재’를 즉석에서 반주 없이 불렀다.

이 후보는 “호감 가져주시는 우리 처가 동네 여러분을 보니 완전히 쭉 늘어지고 있다. 씨암탉 먹고 안방에 다리 뻗고 누워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또 주민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면서 20분으로 예정됐던 유세가 30분가량 더 길어졌다. 충청 지역과의 친밀감을 높여 윤 후보의 ‘충청 대망론’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유세에서 농촌기본소득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농촌으로 되돌아 왔을 때 한 달에 1인당 30만원만 주면 진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지역화폐와 연계하는 방안도 설명했다. 이 후보는 “현금으로 주면 서울에 있는 아들한테 송금을 한다”며 “아예 이 동네에서만 쓰게 하면 동네(상권이) 팽팽 돌아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충주·원주=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