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원자재 가격 들썩… ‘우크라 쇼크’ 산업계 강타

입력 2022-02-25 04:0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4일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북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밸리의 주유소에 갤런당 5달러 넘는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 산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유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수가스 등 원자재 수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비상플랜을 가동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4달러 이상 뛰면서 96달러를 돌파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이자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등은 최악의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니켈,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치솟으면서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45.6원에 이르렀다. 5주 연속 상승세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공산품을 중심으로 생산자물가지수도 상승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113.21)보다 0.9% 오른 114.2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생산자물가가 들썩이면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수출·공급망 등에서 현재까지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업 전담 상담창구인 ‘러시아 데스크’를 마련했다. 하지만 러시아로의 수출 통제 등 경제 제재가 작동하면 원자재 수입기업은 물론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선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한국 기업들은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가 많은 만큼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원유 관세를 낮추거나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반도체 생산공정에 필수적인 네온, 크립톤 등 특수가스의 주요 생산국이다. 특히 네온은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우크라이나가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국제 반도체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공급망 조직을 강화하고 특수가스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등 발 빠르게 비상대응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네온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비중은 28.3%다. 중국(66.6%)보다 낮았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난을 피해갈 수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한국 기업들이 리스크에 대비해 물량을 여유 있게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수급난이 계속되면 웨이퍼 등의 소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