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고통받는 이, 모교 회복 위해… 총신대 동아리 ‘다빛’ 3년째 뜨거운 기도

입력 2022-02-25 03:03
총신대 기도 동아리 ‘다빛’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줌으로 이뤄진 온라인 기도 모임에서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다빛 제공

총신대 학생들의 기도 동아리 ‘다빛’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처음 시작됐다. 2020년 4월 16일 총신대 기숙사 207호. 다소 늦은 나이에 신학교에 입학했던 김도건(28)씨는 동기들에게 기도를 제안했다. 김씨는 2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로 사회 분위기도 무겁고 학내 갈등으로 학교 분위기도 어두웠다”며 “공동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연기 공부를 하다 진로를 바꿨다. 할머니가 다니던 인천 팔복교회에서 자란 김씨는 “한 사람을 제자로 세워 빛과 소금이 되게 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신학 공부를 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4명이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하나둘 모였다. 기숙사가 좁아 학교 밖 예배당을 빌려야 했다. 우리 모두 다 빛과 소금이 되자는 뜻으로 ‘다빛’(마 5:14~16)이라는 이름으로 동아리 등록을 했다.

첫 모임에 참석했던 이용빈(21·신학)씨는 “학내 다툼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총신대를 회복시켜 달라는 기도를 했고, 코로나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하나님이 위로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기도회는 성경 본문에 따라 매주 다른 질문을 나눈 뒤 기도한다. 예를 들어 이번 달은 성구(빌 4:6)에 대해 ‘모든 염려를 내려놓고 기도로 하나님께 아뢰나’ ‘기도의 자리를 사모하나’ ‘기도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나’ 등의 질문을 나누고 있다.

모임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30분가량 진행된다. 지도 교수인 정지강(54·교회음악) 교수도 매일 밤 11시 학생들의 기도 제목을 놓고 두 손을 모았다.

정 교수는 “청년들이 가족과 친구의 구원 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모임을 전환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임은 계속 이어졌다.

여러 친구들이 지난해 연말 동아리를 떠났지만 신입생이 대거 들어왔고 동아리 구성원은 20명이 훌쩍 넘었다. 김지은(22·신학)씨는 “함께 기도하는 사람이 중요하고 매우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배웠고 동역자와 함께 기도했을 때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도건씨에 이어 새 대표가 된 이씨의 소망은 오프라인 모임을 다시 갖는 것이다. 그는 “기도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 동기나 후배들을 직접 만나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다빛은 지난달부터 ‘올라잇(ALL LIGHT)’이란 계정으로 유튜브 사역을 시작했다. 묵상과 큐티 등 크리스천의 좋은 생활 습관을 소개한다.

도건씨는 “다빛을 통해 하나님이 하기 원하시는 일은 하나님이 이뤄가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다만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이 주신 뜻을 헤아리고 순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학기부터 총신대 신대원에서 공부한다. 언젠가 서울 동작구 총신대 근처에 ‘다빛’이란 이름으로 교회를 세우는 꿈도 꾸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