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이재명·유승민, 이낙연·윤석열 대결이라면

입력 2022-02-26 04:02

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1주일여 남았다. 선거판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이번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낮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표를 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 후보 슬로건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다. ‘유능’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의 행정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 후보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대표적 모범개발행정 사례’로 내세운 ‘대장동’은 ‘단군 이래 최대 부패 스캔들’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 시리즈는 트레이드마크다. 이 후보는 특히 경기지사 시절 코로나 극복을 위해 모든 도민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소비를 진작시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매출 상승을 견인하는 등 위축된 경기를 살리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부인 김혜경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긁은 ‘초밥 10인분’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했던 것이냐는 비아냥에 퇴색되고 있다.

윤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정’ ‘상식’을 내세웠다. 하지만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논란과 경력사기 의혹, 장모의 땅투기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이중잣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120시간 노동’ ‘아프리카 손발 노동’ ‘전두환 옹호 발언’ 등 ‘1일 1망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언을 쏟아냈었다. 최근 실언은 잦아들었지만 그의 말은 거칠어지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민주당을 ‘전체주의 정당’으로 규정하고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하던 짓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평생을 검찰이란 높고 두터운 벽 속에서만 지내서인지 울타리 밖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아주 위험할 수 있다”(윤여준)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후보의 도덕성과 윤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낮은 평가에 더해 유권자들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네거티브가 난무하며 저급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주술 굿판’ 공방이 거세고, 정책이 아닌 퍼포먼스 경쟁만 보인다. ‘어퍼컷’ ‘하이킥’에 이어 ‘스윙’ 세리머니까지 등장했다. 토론이 아니라 독설이 오가고, 품위는 사라지고 조롱만 남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창피함은 오로지 국민 몫이다.

선거 현수막에는 ‘법카로 산 초밥 10인분, 소고기는 누가 먹었나’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에 나라를 맡기시겠습니까’라는 문구까지 등장한단다. 오죽하면 영국 더타임스나 미국 워싱턴포스트까지 한국 대선에 대해 “한국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불유쾌한 선거” “추문으로 얼룩진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혹평하지 않았겠나.

부질없지만 이런 생각을 가끔 한다. 만약 이재명과 유승민, 이낙연과 윤석열의 대결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큰 고민 없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전능하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왜 이런 고통과 시련을 주실까 하는 원망도 살짝 해본다. 그래도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의 ‘깊은 뜻’을 믿고, 참고 기다리며 한 표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성명을 통해 “누가 가장 적합한 후보인가를 분별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5년 뒤를 바라보는 지혜로 지도자를 선택하자”면서 바람직한 대통령의 모습을 제시했다. ‘국민을 통합한 대통령’ ‘통일의 길을 열어놓은 대통령’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조국을 이끈 위대한 대통령’ 등이다. 그러면서 “창조 질서에 따라 모든 인간의 존엄과 공정, 상호 이해와 협력,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을 추구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골라야 할 것 같다.

맹경환 뉴콘텐츠팀장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