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꾸미기’라는 가게를 우연히 발견했다. 문 옆에 ‘도배, 욕실, 페인트, 리모델링’이라고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인테리어 업체인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두 번째로 적당한 간판이었다(첫 번째는 서울 이화여대 후문 근처에 있는 한 삼겹살집 이름으로 그 가게의 이름은 ‘존재의 이유’이다).
본디 ‘꾸민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에 추가로 의도를 가지고 더하거나 빼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행복꾸미기’라는 말은 이미 존재하는 행복에 요모조모를 해본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마치 행복이 저 멀리 잡히지 않는 곳에 있는 것처럼 행복이란 뭘까 어떻게 하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저 간판은 홀로 무척 튼튼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그러나 ‘꾸미기’라는 말속에는 뜻밖의 불온함도 있다. 그러니까 ‘행복꾸미기’는 마치 행복이 아닌 것에 멋을 부려서 행복이라고 그냥 꾸며 내버리자는 불순한 말로 읽을 수도 있는 표현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다. 행복을 인위적으로 꾸며낼 수는 없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꾸며내서라도 행복해 보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몇 년 전 임경선 작가와 공저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라는 책에 행복은 끼니 같은 거라고 적은 적이 있다.
“이제는 행복이라는 걸 끼니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아무리 꽉꽉 배부르게 먹어도 몇 시간이 지나면 또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기처럼 최대한 맛있는 거 먹고 배부름을 잠깐 만끽하고 다시 배가 고프면 또 맛있는 걸 찾아 헤매는 식으로 행복을 다루고 싶어요.”
이제 보니 참으로 절충적인 지론 같다. 허기를 인위적으로 꾸며낼 수는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배부르면 그만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건강하게 해석하든, 불순하게 해석하든 모두가 각자의 행복을 모쪼록 잘 꾸미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