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하나님은 유대인의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이방인의 하나님도 되신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점을 현재로 놓으면 ‘오늘날 하나님은 기독교인의 하나님일 뿐 아니라 비기독교인의 하나님도 되신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 많은 유대인은 야훼 하나님을 일종의 ‘민족신’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모든 민족의 하나님이 되심을 깨닫고 선교에 전력하였습니다. 이런 바울의 신학적 전망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기독교의 선교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로마서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동일한 하나님 사랑의 대상임을 강조합니다. 로마서는 유대인과 이방인의 차별을 부각하기보다는 공통점을 짚어 말합니다. 먼저 로마서는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다 동일한 죄인일 뿐임을 언급합니다(3:19~2). 또한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에게 동일한 구원의 원리가 적용됨을 말합니다. 행위로 구원받는 게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것입니다(3:30).
로마서는 구약의 아브라함까지도 행위로 구원받은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기록합니다.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구원의 원칙은 누구나 회개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는 바울의 교리는 오늘 우리 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강화시킵니다.
누가복음 15장 4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양우리를 떠난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99마리의 양들을 우리에 남겨두고 그 양을 찾아 나간 목자에 대해 언급하십니다. 우리 밖에 있는 한 마리 양의 가치를 우리 안에 있는 99마리 양의 가치와 다름없이 본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너무 교회 내부적인 것에만 치중해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해보게 됩니다. 목회의 범위를 교회 밖으로 넓혀 길 잃은 무리를 하나님의 연민의 눈으로 볼 때 주님의 구원 사역은 더 힘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믿는 신자를 사랑하시는 분임과 동시에 길을 잃고 헤매는 교회 밖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으신 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우리 교회는 교회 안의 신자뿐만 아니라 교회 밖 비기독교인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교회 밖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우리 교회의 선교는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울은 당시 이방인들을 선교 대상으로 보며 그들과 하나됨의 입장을 취하려고 하였습니다. 오늘 우리도 비기독교인을 멸망의 백성으로 보기보다는 그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대상 또는 예비 기독교인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로마서는 교회 밖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초대하는 강한 선교적 동기를 담고 있습니다. 교회의 문을 열어 교회 밖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회가 되자는 것입니다. 교인 아닌 주민들도 교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회가 카페도 운영하고, 교회 마당을 주민 휴식처로 제공하고, 평일에는 주민들이 주차장을 사용하게 하며, 주민 모임이 본당 이외의 교회 장소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주민을 향해 열린 교회 모습을 강조하는 목회를 ‘마을목회’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마을목회’는 ‘마을을 교회 삼아, 주민을 교인 삼아’라는 모토를 내세웁니다. 지역 친화적 열린 교회가 될 때 하나님께서는 더욱 기뻐하십니다. 세상이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있는 것임을 다시 상기하며, 마을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의 모든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진실로 이방인의 하나님도 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또한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기대하고 계실 것입니다.
노영상 목사 (한국마을목회종합지원센터 이사장)
◇한국마을목회종합지원센터는 ‘공공신학’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지향해 온 기관들이 힘을 모아 초교파적으로 한국교회의 ‘마을목회’ 사역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