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2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합당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이 대표도 “지난 9일 만나 국민의당에 합당을 제안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출마 포기를 한다면 안 후보가 최대한 정치적으로 주목받고 예우받을 수 있는 제안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 후보가 저렇게(단일화 결렬 선언) 나오니까 당황한 듯 우리 쪽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분들이 있다”며 “발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지금 즉시 그 사람(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고 제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본부장은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하기 전인 이달 초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표가 제안했던 내용을 공개했다. 이 본부장은 “안 후보가 종로 보궐선거에 나가면 공천을 할 수 있고,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는 것도 안 후보의 정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견해를 이 대표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합당 시 국민의당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최고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한 사실도 공개했다. 또 국민의힘 유세 열차 출발일이던 지난 11일 여수역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하는 구상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의 제안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안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비난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의 본심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도 약 2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고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태도는 지난해 진행됐던 합당 협상에서의 국민의당 태도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단일화는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합당에 관한 이야기는 당의 영역”이라며 “저는 지난해부터 합당에 대해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민은 누가 누구를 정치적으로 배려하고 우대하려 했는지를 백일하에 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종로 또는 부산시장 공천을 약속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종로는 전략공천지로 지정해 만약 (안 후보가) 의사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부산시장은 경선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안 후보에게 ‘그런 것을 도전하면 어떻겠느냐’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 후보를 주저앉히겠다’고 발언한 사람을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선 “정치적 예의상 공개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