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3일 “김대중 정신을 구현하겠다”며 호남 끌어안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보수 정당의 불모지였던 호남에서 ‘30% 득표’를 목표로 적극적으로 구애 공세를 펴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포와 신안 하의도 생가를 연이어 방문했다. 보수 진영 후보 가운데 김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건 윤 후보가 처음이다. 목포에서 하의도까지 왕복 4시간이 넘는 긴 이동시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의도 생가에 도착한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영정 앞에서 묵념을 했다. 윤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정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국민통합 정신”이라며 “이 위대한 정신을 잘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앞서 목포역 광장 유세에서도 “저나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김 전 대통령 정신에 가깝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김대중 정신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꺼내 들며 호남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제가 국민학교 5학년 1971년 대선 때 어머니와 저녁을 일찍 먹고 집 앞 신설동 대광고등학교 앞에 유세를 보러 갔다”며 “그때 김 전 대통령께서 ‘10년 썩은 정치 못 참겠다. 갈아치우자’ 하면서 포효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후보는 “지난 5년 동안 민주당 정권의 외교안보, 경제, 정치를 보지 않았나. 이게 김 전 대통령의 DNA가 담긴 민주당이 맞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대장동 부정부패의 몸통이자 시장으로서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고 승인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건 김 전 대통령의 민주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도 약속했다. 그는 “저는 영남의 심장 대구의 달성과 동성로 중심가에서 호남이 잘되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되는 것이고 영남이 잘되는 것이라고 외쳤다”며 “지금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이 목포에서도 저는 대구가 잘되는 것이 목포가 잘되는 것이고 대한민국 전체가 잘되는 것이라고 외친다”고 말했다.
정읍·목포·신안=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