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주민, 폴란드 건너가 물건 사재기… 발전소는 포격 훼손

입력 2022-02-24 04:03 수정 2022-02-24 04:03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 스차스티예 지역에 있는 발전소가 22일(현지시간) 포격으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군을 진입시킴에 따라 이 지역에선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침공이 현실화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 지역에서는 연일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 위기감에 일부 국경 지역에서는 이웃 나라로 건너가 물건을 사재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디텍(DREK)은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 스차스티예 지역에 있는 발전소가 연이은 포격에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번 포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이 지역 에너지 시설에 대한 포격은 전날에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 나프토가즈는 이 지역 천연가스 처리 공장이 친러시아 반군 지역에서 비롯된 박격포 공격으로 손상돼 일부 지역에 가스 공급이 중단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 지역 방송국에서는 폭발 사고도 일어났다. 23일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이날 도네츠크TV 센터 구역에서 폭발물이 터졌다고 보도했다. 친러 반군은 이번 폭발을 테러로 간주했다.

돈바스 지역 내 반군과 정부군의 충돌이 심해지자 일부 주민은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으로 대피했다. 이들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 채 불안에 떨고 있다고 유로뉴스가 전했다.

15분 만에 짐을 싸고 집을 떠났다는 한 여성은 유로뉴스에 “9살 손자와 낯선 이곳에 머물고 있다”며 “모든 게 두렵고 어린 아이들이 특히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이날까지 9만6000명 이상의 돈바스 지역 난민들이 러시아로 대피했으며, 이들이 러시아내 12개 지역에 수용됐다고 밝혔다. 돈바스 지역 당국은 상황이 악화하면 난민이 5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러시아 측에 통보했다고 비상사태부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서쪽 국경지역에선 일부 주민이 이웃 나라 폴란드로 건너가 물건들을 사재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은 휴지와 버터, 돼지고기, 밀가루, 커피, 설탕 등을 잔뜩 사서 다시 우크라이나로 되돌아갔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을 제외한 전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키로 했다. 비상사태가 적용되면 검문이 강화되고 외출이나 야간통행이 금지되는 등 민간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될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예비군 징집령을 발령했다.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합류하는 예비군 규모는 3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민간인들의 총기 소지와 자기방어를 위한 행위도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교민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변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덤덤했다”면서도 “그런데 정부의 철수 권고에 따라 떠나게 됐다고 전하자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그제야 (전쟁을) 실감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주 국경을 두 번 넘어 루마니아로 몸을 옮겼다. 그는 “전쟁이 이렇게 평온한 가운데 급격히 일어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속히 우크라이나가 전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