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인생의 출발점은…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것

입력 2022-02-25 03:05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제목의 책은 잘 팔리지 않는다. 현대인에게 ‘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란 말은 심히 불쾌한 개념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에게 속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기력함을 동반한다.

우리는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란 개념을 탑재하고 무한경쟁 시대에서 효율성의 질주를 통해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이를 긍정해 끊임없는 자기 발전을 바라거나 아니면 일찍 포기해 패배를 인정하고 더 많은 오락과 쾌락을 바라기도 한다.

시장은 우리의 이런 추구를 기꺼이 돕는다. 한계를 모르는 욕구와 소비를 지원하기 위해 뭘 더 사야 하는지, 뭘 더 개선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부추긴다. 개인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시간 단위로 자기표현을 내놓으며 남들의 ‘좋아요’를 갈구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지치고 공허하게 된다. 번아웃된 개인은 술 항우울제 폭식 일중독 운동중독 포르노 뉴스중독 쇼핑중독 등으로 자기 치료를 한다. 저자가 그리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고, 다수가 공감하는 모습이다.


저자는 앨런 노블 미국 오클라호마침례교대학 영어과 교수다. 노블 교수는 문화 매거진 ‘크라이스트 앤 팝 컬처’의 편집장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영문명 ‘You Are Not Your Own(당신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이란 책을 저술했고, 두란노서원이 전문 번역가를 통해 재빠르게 번역해 ‘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란 제목으로 펴냈다.

현대 사회 무신론의 근원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판매지수와 상관없이 중요한 책이다. ‘내가 만든 신’의 저자 팀 켈러 목사는 이 책에 대해 “지난 200년 동안 쓰인 현대의 자아에 관한 평론들을 넓고도 깊게 숙독했다”면서 “성경적이고 기독교적인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을 몰아내려는 현대 접근법의 심각한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종교개혁 당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의 첫 번째 질문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당신의 유일한 위안은 무엇입니까”이다. 답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는 나의 것이 아니요, 몸도 영혼도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입니다”이다. 저자는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내가 나의 것이 아니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힌다. 다른 누구에게 조종돼 학대를 당하란 뜻이 아니다. 인격적 사랑의 하나님, 우리 안에 거하시는 분, 우리와 연합하고 자기 뜻을 무시하지 않고도 우리의 유익을 바라고 이루실 수 있는 분께 속하라는 조언이다.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님과 동행해야 위안을 얻을 수 있음을 논증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