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하랴 영상 찍으랴 방역하랴… “내가 교사지, 로봇인가”

입력 2022-02-24 00:02
지난 22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며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뉴시스

대면 수업 중에도 일부 코로나19 자가격리 학생을 위해 수업 장면을 영상으로 송출하도록 한 정부 방침에 교사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교 방역이 방역당국에서 학교 현장으로 넘어와 책임이 더 커진 상황에서 교실과 영상 속 학생까지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44)씨는 23일 교실 수업과 동시에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했다. 비대면 수업용 학생을 위해서는 노트북을 교탁에 두고 수업을 진행하는데, 대면 학생들을 위해 칠판 이곳저곳을 움직이면 비대면 수업용 화면에서 본인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앞서 교육부는 등교와 원격수업을 혼합해 학사운영을 할 경우 자가격리 중인 학생에게 수업 장면을 실시간 송출하는 등 쌍방향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전달을 넘어 화면 속 학생들과도 활발히 소통하라는 주문이다.

김씨는 “쌍방향 교육이라는 게 결국 화면을 교사와 칠판 쪽에 비춘 채 ‘잘 보고 있지?’라며 아이들에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닌가”라며 “입시학원 인터넷 강의처럼 카메라를 여러 각도에 놓고 화면을 송출할 수도 없는데 대면·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학습 결손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대면의 경우 학습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 것으로 간주하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대면·비대면 학습 격차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가격리를 안전하게 마치고 등교해 보충수업으로 별도의 학습 지원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내 확진자가 쏟아질 경우 수업 고민에 앞서 역학조사가 큰 부담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등교 후 확진자가 나오면 교사는 역학조사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교사를 무슨 만능 로봇으로 아느냐”고 말했다.

등교 여부도 학교장 재량에 맡겨지면서 전국 학교들은 새 학기 2주간의 학사 방식을 놓고 눈치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특히 확산세가 거센 수도권 학교들은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와 주변 학교의 결정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부 검토에 분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면등교든 원격수업이든 어느 한 쪽으로 결론내더라도 학부모들의 의견이 분분해 뒷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 교장은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어서 학교에는 매일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