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에 대한 독립국 승인과 군대 파병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제재를 시작했다.
양국 간 회담 일정은 전면 취소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접국 벨라루스에 병력을 증강하는 등 ‘강대강’ 대결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이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이라며 “이제 동맹과 파트너는 2014년에 이행한 단계를 훨씬 뛰어넘는 제재와 대응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인 프롬스비야즈방크(PSB) 등 2곳에 대한 전면 제재부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국가채무에 대한 포괄적 제재도 시행한다”며 “러시아는 더는 서방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엘리트 인사와 그 가족에 대한 제재도 추진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송관 사업인 ‘노르드스트림2’ 사업이 중단되도록 독일과 협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공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산유국 소비자 및 생산자와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완화하지 않는 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 더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두 장관은 24일 만나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에게 회담 취소를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
러시아 상원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해외 파병안을 승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의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