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쉐의 소설이 국내에 처음 출간됐다. 매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찬쉐는 중국 선봉파 문학의 대표 주자다. 초현실적인 문체와 서사로 ‘중국의 카프카’라는 찬사를 받는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프란츠 카프카 등의 작품과 중국 무속신앙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문학 세계를 형성했다. 소설가 수전 손택은 “중국 최고의 작가가 누군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찬쉐라고 할 것”이라며 극찬했다.
‘마지막 연인’은 사랑의 최고점을 지나 권태기를 겪는 세 커플의 모습을 보여준다. 로즈 의류회사에서 영업부 매니저로 일하는 존과 아내 마리아, 의류회사 사장 빈센트와 아내 리사, 회사의 고객이자 고무나무 농장주인 레이건, 그리고 농장 일꾼 에다가 주인공이다. 인물들은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의 느슨함에 대처한다. 존과 마리아는 취미에 전념하고, 빈센트와 리사는 성적 욕망과 자아를 추구한다. 레이건과 에다는 도망과 기다림을 선택한다. 세 커플은 낯설고 비현실적인 시공간에서 서로의 흔적을 발견한다. 배우자 또는 연인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독립된 존재임을 깨달아간다.
소설은 주인공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리사는 자신만의 길을 떠난다. 리사는 그 길에서 수많은 고통을 목격하며 자신의 욕망과 자아를 확인한다. 마리아는 정원의 장미꽃밭을 가꾸고 카펫을 짜며 고양이 두 마리와 교감한다. 존은 지금까지 자신이 읽은 책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겠다며 동양의 국가로 떠난다.
찬쉐는 1953년 중국 후난선 창사시에서 태어났다. 57년 지역신문사에서 근무하던 부모가 극우주의자로 몰려 노동교화소에 끌려간 후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문화대혁명으로 초등학교까지만 졸업했으나 문학과 철학을 독학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85년 단편소설 ‘더러운 물 위의 비눗방울’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황니 거리’ ‘오향 거리’ 맨발 의사’ 등의 소설을 발표했고 2019년 ‘신세기 사랑 이야기’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마지막 연인’은 2014년 영국 인디펜던트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2015년 인디펜던트 외국소설상, 전미번역상 후보에도 올랐다. 올해 안에 찬쉐의 대표작 ‘오향 거리’(문학동네)도 출간될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