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하는 李, ‘네 얘기’하는 尹… 유세 현장 전수 분석

입력 2022-02-24 00:03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 1주일 동안 유세 현장에서 쏟아낸 메시지를 살펴보면 극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국민일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현장 유세 메시지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이 후보의 메시지는 ‘유능’ ‘미래’ 등 자신의 정책 능력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반면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 ‘부패’ ‘상식’ 등 여권 비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는 현장 연설을 통해 정권교체론을 인물론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본인의 강점보다는 현 정권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를 이용해 두 후보가 지난 1주일간 현장 유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를 분석한 결과 두 후보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이었다. 이 후보는 591회, 윤 후보는 673회 사용했다. 두 후보 모두 ‘국민의 삶’ ‘국민을 위해’ 등의 표현을 많이 썼다.

‘경제’ 역시 이 후보(334회)와 윤 후보(228회)가 자주 언급한 단어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이 경제 발전의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 후보는 과연 누구냐”며 자신의 슬로건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가) 경제를 이렇게 파탄냈다” “이런 경제 위기를 누가 만들었는가”라며 현 정권을 비판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국민’과 ‘경제’를 제외하고는 두 후보의 현장 유세 메시지가 큰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이재명’(317회)이라는 본인 이름을 자주 언급하며 자신의 능력을 부각시켰다. 그는 “이재명 일 잘하더라” “이재명은 여러분의 도구” “이재명과 함께 희망의 나라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의 이름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 비해 자신의 이름을 적게 언급했다. 윤 후보가 본인 이름을 말한 횟수는 53차례였다. 그는 ‘대구가 키운 윤석열’ ‘부산이 키운 윤석열’ 등 주로 지역주민에게 감사를 표시할 때 자신의 이름을 사용했다. 윤 후보는 “저와 국민의힘이 여러분의 격려와 열정적인 응원에 확실히 보답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식으로 당명인 ‘국민의힘’(133번)을 본인 이름보다 훨씬 많이 사용했다.

이 후보는 '위기'(239회) '기회'(206회) '미래'(187회)라는 단어를 현장 유세에서 적극 활용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또 '경기도·성남'(205회) '유능'(105회)이란 단어를 쓰면서 경기지사와 성남시장 시절에 낸 성과를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후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진짜 능력이다" "성남시장, 경기지사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재명은 유능한 리더, 유능한 경제 대통령 후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윤 후보는 '민주당'(366회) '정권'(200회) '부패'(161회) 등 민주당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정권교체 여론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윤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의 독점 정치가 광주와 전남을 발전시켰는가" "지난 5년간의 민주당 정권이 어떠했나" "부패하고 오만하고 무능한 정권" "편하게 정권 잡고 늘 편하게 따뜻하게 살고, 이게 다 부정부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또 이 후보를 겨냥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선거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리기 위해 공을 들였다. '대장동' '백현동' 등 특혜 의혹 관련 단어를 125회 사용하며 이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윤 후보는 "대장동을 한번 봐라.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고 말했고, 이 후보를 향해 "백현동, 정자동, 성남FC, 코나아이 등 셀 수 없는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후보는 이 밖에도 '세금'(66회) '부동산·집값'(59회) 등의 단어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윤 후보가 '광주·호남'(91회)을 많이 언급한 것도 특징적이다. 국민의힘이 호남 지역 득표율 목표치를 30%까지 올리면서 호남 민심 공략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후보는 "호남이 발전해야 영남이 발전한다"고 했고, "초과세수가 수십조원인데 이 세금을 (정부가) 광주 발전에 썼느냐"고 지적했다.

이 후보도 최근 들어 윤 후보 공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유세 연설에서 '갈등·분열·정쟁'(89회) '신천지' 관련 단어(67회) '검찰·검사'(66회) '보복'(63회) 등 윤 후보를 겨냥한 표현이 급증했다. 이 후보는 "신천지에서 해코지할까 봐 (압수수색을) 안 했다는 것 아닌가" "검찰 왕국의 왕이 돼서 정치 보복을 하겠다고 대놓고 선전포고하는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윤 후보를 직격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