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의 대화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파업 58일 만에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곤지암허브터미널 운송 방해 등으로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갈등의 실타래가 풀릴지 주목된다.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의 대표단은 23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농성장에서 만나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번 면담은 대리점연합이 전날 택배노조 측에 “진짜 대화를 원한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한 ‘진짜 사용자’인 대리점과 만나야 한다”면서 23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한 데 택배노조가 응하며 이뤄졌다. 택배노조는 전날 곤지암허브터미널 진입 시도,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기습시위 등으로 비판여론이 거세진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대화를 마치고 나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파업 상황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할 것’ ‘노조가 전달한 요구안을 대리점연합이 검토해 대화를 속개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 단식’에 돌입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조속하게 파업 사태를 해결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택배노조는 택배요금 인상분의 공정분배를 비롯해 CJ대한통운의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에 당일배송, 주6일 근무 등의 독소조항이 포함된 걸 문제 삼고 있다. 택배기사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맺었음에도 CJ대한통운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택배노조가 대리점연합과 공식 대화에 나선 것과 별개로 “사태 해결의 키는 원청(CJ대한통운)이 쥐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쉽게 상황이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양측의 대화 결정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대리점과 택배노조의 대화를 전폭 지원하겠다”며 자신의 역할엔 선을 긋고 있다.
한편 택배노조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도 나서라는 압박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