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검찰 힘 분산 완성’에 방점… 尹 ‘검찰 권한 복원’에 무게

입력 2022-02-24 04:03
사진=뉴시스

20대 대통령 선거를 2주일가량 앞두고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의 검찰·사법개혁 공약도 윤곽을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권이 줄곧 추진해온 ‘검찰개혁 완성’에 방점을 찍은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검찰개혁 정상화’를 내걸고 문재인정부의 개혁 정책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사법부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국민이 법원을 평가하는 이른바 ‘여론 참여형’ 개혁을 강조했다면, 윤 후보는 국민 맞춤형 전문 재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수준에 그쳐 사법개혁의 방향성과 강도에 대한 온도차를 보였다.

‘검찰개혁’ U턴? 급발진?

검찰개혁 문제는 여야 대선 공약 가운데서도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는 검찰개혁을 더 강하게 추진하려 하고, 윤 후보는 검찰 권한을 복원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문재인표 검찰개혁’의 계승이냐 전환이냐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사법분야 공약 발표에서 “정권을 위한 사법이 아닌 국민을 위한 사법 제도를 완성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에게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고,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자신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을 촉발했던 수사지휘권 자체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반면 이 후보는 지난 22일 공약집을 통해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기존 정책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검찰의 기소·불기소 재량권에 대한 통제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검찰에 대한 시민 감시·참여 제도를 확대하고, 경력법조인 가운데 검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검찰 조직 문화를 개혁하겠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윤 후보는 검찰의 독립성 강화, 이 후보는 검찰권 분산에 무게를 뒀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각자 지지층을 의식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은 새롭거나 급격한 개혁안보다 현 정부에서 추진한 각종 개혁 정책을 안착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선진국 대다수는 행정부 수장이 장관을 통해 검찰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검찰 권한을 분리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갖추는 것은 아직까지 유효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만들어진 제도를 너무 성급하게 바꾸려는 것 아닌가 우려가 든다”며 “지금의 개혁 정책을 안착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 살리나 죽이나


여야 후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서도 ‘개선·발전’과 ‘힘 빼기’로 인식 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공수처가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 안착하도록 인적·물적 역량을 보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후보는 공수처 역할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그는 고위공직자 비위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수사권을 명시한 공수처법 24조를 ‘독소 조항’으로 보고 폐지를 공약했다. 공수처법 24조는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더해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해 공수처의 독점권을 약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공수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에는 두 후보의 시각이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론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검찰과 함께 공수처에도 국민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이 후보 공약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에 휩쓸려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훈 교수는 “지난 1년간 공수처가 제 역할을 못했던 것은 기본적인 운영의 문제”라며 “섣불리 인력과 조직을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법원 확대는 의견 일치

여야 후보는 전문법원을 확대하고, 법률조력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나란히 해상사건 등을 담당하는 해사전문법원 설치도 약속했다.

대신 이 후보는 사법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참여재판 사건을 확대하고, 특히 판사가 피고인인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국민을 섬기는 법관에 의해 재판받도록 하겠다”며 법원에 대한 국민평가제도 도입도 공약했다.

그러나 국민평가제도가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은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한다”며 “판사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 측은 법을 왜곡한 검사·판사 등을 처벌하는 ‘법왜곡죄’를 신설하겠다는 뜻도 밝혔지만, 공약집에 포함하진 않았다.

윤 후보는 가정법원을 아동학대·가정폭력 등을 총괄하는 통합법원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다만 메타법원·검찰청을 설치한다는 인공지능(AI) 디지털 플랫폼 사법제도 구축 등의 공약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전 원장은 “실제 구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현실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무고·위증·사기 등 3대 거짓말 범죄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겠다는 윤 후보 공약에 대해선 “지지층의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민철 임주언 조민아 박성영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