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각종 금융 지원 정책을 놓고 은행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고금리 청년희망적금뿐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만기 연장 등 정책 지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는 시중은행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시중은행 11곳에서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은 설익은 정책 지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희망적금은 연 10%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것인데, 가입 신청자가 예측 인원보다 훨씬 많이 몰린 탓에 일부 은행에선 전산 장애 민원이 계속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23일 “미리보기 신청자 수(200만건)만 봐도 실제 신청 기간에 대규모 인원이 몰릴 것을 뻔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아무런 대응 방법이나 지침을 주지 않은 건 은행들이 모든 걸 알아서 감당하란 얘기 아니냐”고 주장했다. 은행 업무만 급증한 상태에서 민원 제기가 쏟아진 데 대한 부담을 은행들이 다 떠안았다는 것이다.
고질적인 ‘관치금융’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연장된 게 대표적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다음 달 말 유예 조치를 종료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이번에 네 번째 연장 조치가 이뤄졌다.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빚 폭탄’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선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부실 대출에 대한 리스크는 은행권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출 만기연장(158조2374억원), 원금상환 유예(9조9179억원), 이자 상환유예(1조634억원) 등 소상공인 대출 지원 금액은 모두 170조원에 달한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원책은 면밀한 사전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브레이크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본격화했을 때도 은행권에선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집값을 잡기 위해 무리한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을 추진한 결과 시중은행이 불만의 표적이 됐다는 주장이다. 당시 정부는 치솟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시중은행의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정책을 폈다.
대출 수요를 억제한다는 명목하에 시중은행들은 우대금리를 폐지하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금리를 올렸다. 금리가 급등하며 서민 전용 대출 상품까지 막히게 되자 “은행이 서민을 상대로 이자 장사에 나선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팔 수 있는 상품(대출) 개수를 줄이라는 건 결국 가격(금리)을 올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칼자루는 정부가 휘두르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욕은 은행이 다 먹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수십조원의 국민세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은행권은 리스크를 감수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은행들이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주장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