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납북됐다가 돌아와 과도한 심문을 받았던 어부들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첫 대규모 조사가 시작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50여년 전 벌어진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를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1965년부터 72년 사이 귀환한 선원 가운데 진실규명을 신청한 39건을 중심으로 모두 982명이 직권조사 대상이다.
납북귀환어부는 조업 중에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되거나 귀항 도중 안개 등으로 방향을 잃고 북한에 넘어갔다가 돌아온 어부를 말한다. 이들은 돌아온 뒤 경찰과 중앙정보부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심문반으로부터 1주일에서 한 달여간 심문을 받았다.
위원회는 이들의 심문 과정에서 불법 구금 등 불법적인 수사가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또 선원들이 간첩으로 조작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선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형사처벌 이후에도 수사기관은 지속해서 선원과 그 가족들을 내사하며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54~87년 납북된 어선은 모두 459척으로 선원은 약 36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납북귀환어부 관련 사건은 50건에 불과하다. 진실화해위는 추가 피해 등을 우려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보고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자신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조차 읽기 어려울 정도의 사회적 약자인 납북귀환어부들이 간첩으로 조작됐고, 그로 인해 가족들의 삶 전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반성한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