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평화를”… 러-우크라 테니스 복식 콤비, ATP 투어 우승

입력 2022-02-24 04:07
사진=연합뉴스

안드레이 루블레프(24·러시아·왼쪽)와 데니스 몰차노프(34·우크라이나·오른쪽)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복식 우승을 합작했다. 양국에 감도는 전운에도 변치 않는 우정으로 평화를 기원했다.

루블레프-몰차노프 조는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ATP 투어 오픈 13 프로방스 복식 결승에서 벤 매클라클런(일본)-레이븐 클라센(남아공) 조를 2대 1(4-6 7-5 10-7)로 제압했다. 시드 배정도 받지 못했지만 환상적 호흡으로 4경기를 연이어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결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고 병력 투입을 명령하기 직전에 치러졌다. 루마니아 일간 리베르타테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긴장은 둘 사이의 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루블레프는 경기 후 양국 정세와 관련한 질문에 “정치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스포츠는 같은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면서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Peace to all)”이라고 덧붙였다.

루블레프는 세계랭킹 7위로 ‘빅3’ 이후 테니스계를 이끌어갈 ‘넥스트 제너레이션’ 중 하나다. 10살 연상인 몰차노프는 복식 전문으로 이번이 생애 첫 타이틀 획득이다. 두 선수는 10년 전 처음 만나 몰차노프가 루블레프를 챙겨주며 친해졌다. 몰차노프는 “그때는 내가 루블레프를 도와줬지만 지금은 루블레프 덕분에 처음으로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며 기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