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에 부활한 ‘MB물가’… 떡볶이·피자·커피 안 오른게 없다

입력 2022-02-24 04:04 수정 2022-02-24 04:04
죠스떡볶이 매장 전경. 죠스푸드 제공

치솟는 물가에 이른바 ‘MB 물가 지수’가 부활했다. 이명박정부 때와 차이가 있다면 공표 대상을 민생과 밀접한 12개 외식 품목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첫 통계 발표라는 특성을 차치하더라도 가격 인상폭이 어마어마하다. 한 달 만에 가격이 10~29% 뛰어 오른 떡볶이, 햄버거, 피자, 커피 품목이 눈에 띈다. 가격표 비교를 통해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물가 안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되레 물가 상승을 불렀던 MB 물가 지수의 실패담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개 외식 품목별 주요 프랜차이즈 대표 메뉴 가격을 23일 공개했다. 대상 품목은 죽, 김밥,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커피, 자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이다.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62곳을 선정해 각 프랜차이즈마다 1~3개 대표 품목의 15개 매장의 평균 판매 가격을 취합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격 조사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 프랜차이즈 중 25.8%인 16곳이 가격을 올렸다. 햄버거의 경우 맘스터치 불고기버거 가격 인상폭이 가장 컸다. 전월 대비 10.0% 올린 3300원으로 집계됐다. 맘스터치 싸이버거 판매 가격 역시 전월 대비 7.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버거킹과 맥도날드, KFC가 적게는 0.8%에서 많게는 3.9%까지 품목별 가격을 올린 것으로 취합됐다. 롯데리아만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굽네치킨이 유일하게 판매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굽네오리지널의 경우 전월보다 6.7% 인상한 1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죠스떡볶이의 가격 인상폭이 두드러졌다. 죠스떡볶이 로제크림떡볶이의 경우 전월 대비 28.7% 오른 5000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자도 가격 인상을 피해가지 못했다. 가장 인상폭이 큰 품목으로는 59피자의 포테이토피자 라지 사이즈(20.2%)가 꼽혔다.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할리스가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전월 대비 8.2% 인상한 4500원으로 집계됐다.

가격표를 공개하기는 했지만 실제 이 품목만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번 조사에서 자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김밥 프랜차이즈는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통계청의 지난달 품목별 외식물가지수를 보면 이 품목들 모두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김밥은 전월 대비 1.6%, 갈비탕은 전월 대비 1.5% 증가했다. 1월 기준 통계라 상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추세대로라면 해당 품목 가격은 이달에도 올랐을 개연성이 높다.

공개 효과가 있을 지도 미지수다. 프랜차이즈별 가격 비교를 통해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이미 실패 사례가 있다. 52개 민생 품목을 대상으로 2008년 시행했던 MB 물가 지수의 경우 3년 사이 해당 품목이 20% 넘게 뛰어오르는 부작용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곡물가격 급등 우려도 이번 조치의 효과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사실상 업계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실정이다. 문지인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장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