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첫 회가 방영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의 주인공 남금필은 아무 대책 없이 회사를 나와 웹툰 작가를 꿈꾸기 시작한다. 벌써 독립했을 나이지만 아버지 집에 얹혀산다. 아내 없이 딸을 키우는데 딸에게 용돈을 주기는커녕 돈을 빌린다. 웹툰을 그리기 위해 그 돈으로 태블릿을 산다. 아파트 주민들은 그를 한심하게 바라본다. 아버지 속도 타들어 간다. 남금필은 아버지에게 “저는 백수가 아니라 자아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아를 찾는 백수로서 최선을 다해 방황하고 있다’고 되뇐다.
최근 성장드라마의 주인공이 고령화되고 있다. 인간으로서 방황은 20~30대만 하는 게 아니었다. 중년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헤매고 아파하며 성장하는 30~40대 모습을 담아낸다. ‘방황은 당신만 하는 게 아니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던진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역시 마흔을 앞둔 세 여성이 겪는 불안감, 허탈함 등의 감정을 섬세히 그려낸다. 마흔을 앞두고 있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다. 사랑에는 여전히 서툴다. 이 드라마는 동년배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스토리로 방영 2회차에 시청률 5.1%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방황은 언뜻 보면 철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는 명제를 떠올리면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대학 졸업, 취업, 결혼 등 인생의 모든 절차가 조금씩 미뤄진 탓도 있다. 예전에는 마냥 어른처럼 보였던 나이가 바뀌고 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은 30~40대가 어른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아니다. 이 나이대는 사회 부조리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고충을 심하게 겪어 성장통이 더 심하다”고 분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사회 시스템에 정착하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양해지고 인구가 고령화된 점이 반영됐다”며 “집 하나도 부모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현실에서 30~40대가 20대만큼 불안해하고 위축되는 현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 드라마의 연령이 더 높아져 노년에 삶의 의미를 찾는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