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은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다.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태양광 산업은 ‘퀀텀 점프’(비약적 발전)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태양광 사업은 뿌리부터 흔들린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에 공급망 생태계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가격 출혈경쟁도 처절하다. LG전자가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배경이다. 다만, 기술력에서 여전히 중국에 앞서고 있어 장기적으로 태양광 산업의 성장을 관측하는 시선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의 글로벌 태양광 시장 점유율이 폴리실리콘 63%, 잉곳 95%, 웨이퍼 97%, 셀 79%, 모듈 71%에 이른다고 23일 밝혔다. 태양광 산업의 밸류체인은 기초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기반으로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져 있다. LG전자가 철수를 선언한 패널은 셀과 모듈을 포괄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까지 한국의 태양광 수출 중 ‘업스트림(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등 포함)’ 비중이 38.4%에 달했다. 이후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크게 밀리면서 2020년 8.7%로 급감했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2015년쯤부터 본격화됐다. 폴리실리콘이나 잉곳, 웨이퍼 같은 소재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한국의 중소업체들은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 태양광 소재 업체인 OCI는 2020년에 한국에서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했다. 한화솔루션도 한국 내 폴리실리콘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유일하게 잉곳·웨이퍼를 생산했던 웅진에너지도 사업 부진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공급망 생태계의 붕괴는 셀, 모듈 생산업체로 고스란히 부담을 안겨준다.
웨이퍼, 은, 유리 등의 원자재 가격 급등도 한국의 태양광 산업에 먹구름을 잔뜩 드리우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6% 감소한 3조5685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 328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중국산 제품의 한국 시장 침투는 거세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양광 모듈의 중국산 점유율은 2019년 21.6%에서 지난해 상반기 36.7%로 상승했다. 셀에서도 중국산 점유율이 61%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 태양광 기업들이 먹거리를 완전히 뺏기고 있는 건 아니라 반론도 제기된다.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주로 소재(업스트림)에 포진한 것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미드스트림(태양전지, 태양광 모듈 등)’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상품의 경우 중국이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시장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태양광 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