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소리꾼 김준수, 리어왕 되다

입력 2022-02-24 04:08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이 창극으로 재탄생한다. 국립창극단은 창극 ‘리어’를 다음 달 17~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이번 작품은 배삼식(극본) 정영두(연출·안무) 한승석(작창·음악감독) 정재일(작곡) 이태섭(무대디자인) 등 국내 공연계 최고 창작진의 만남인 데다 관록 있는 노배우가 맡는 리어왕 역을 31세의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사진)가 맡아 기대를 모은다.

배삼식 극작가는 23일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잔혹하다. 작품을 읽으며 노자의 ‘천지불인’(天地不仁,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질지 않다)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며 “모든 존재는 소멸할 수밖에 없는데, 그 소멸 앞에 선 존재를 가엽게 생각하는 마음이 들기를 바라며 극본을 썼다”고 말했다.

배 작가의 유려한 극본은 한승석과 정재일이 빚어낸 음악과 만난다. 정재일은 최근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주가가 높지만 오래전부터 공연계의 다양한 작품에 관여해 왔다. 특히 10대 시절인 2004년 합류한 국악그룹 푸리에서 만난 소리꾼 한승석과 함께 개성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한승석 음악감독은 “증오와 광기, 파멸, 음모, 배신 같은 정서를 판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음악적 확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맡은 무대는 20t의 물로 채워진다.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이 변화하며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이번에 첫 창극 연출에 도전하는 정영두는 “고요해지지 않으면 들여다볼 수 없는 물처럼 흐려지기 쉬운 인간의 마음을 리어의 모습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한다”는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번 작품은 김준수 외에 글로스터 백작 역에도 유태평양(30)을 캐스팅하는 파격을 택했다. 두 배우는 ‘나이 듦’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물이 처한 상황에 집중하며 분노와 회한,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