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이 사법불신 해소 위해 ‘그분’ 의혹 직접 해명해야

입력 2022-02-24 04:03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비리 의혹 녹취록의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고함을 주장했다.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을 직접 해명한 것은 전례가 없다. 그만큼 억울하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조 대법관은 무능한 검찰과 정략적 발언의 피해자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대법관이라도 억울하다는 말만으로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 법원은 객관적인 검증 결과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

조 대법관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리라 생각했는데 생중계 되는 TV토론에서 거론됐다”며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는 사법부인데, 불신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전국 3000여 법관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도 언급했다. 사실 조 대법관이 ‘그분’으로 거론된 과정은 논리적이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뇌물을 뿌려 수천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의 녹취록 일부를 근거로 한 언론이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라고 보도했고, 이후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등이 SNS에 조 대법관을 거론하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TV토론에서 말한 것이다.

정치권이 ‘그분’에 집착한 이유는 상대 후보를 비리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기 위해서다. 조 대법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표를 얻기 위해 범죄자의 말에 상황 논리와 추론을 얹어 사법부 존립을 위협한 게 된다. 하지만 국민의 사법부 불신은 정치인의 말 몇 마디로만 만들어진 게 아니다. 대법관 이름이 연이어 거론되는데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외면하는 등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법원의 무책임한 태도가 깔려 있다. 조 대법관이 말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법원이 직접 나서 의혹을 밝혀야 한다.